사교육·부동산 시장의 정점인 그곳,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카지노 [책과 삶]

선명수 기자 2021. 11. 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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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치동
조장훈 지음
사계절 | 416쪽 | 1만8000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학원가와 입시 정보가 집중된 ‘사교육 1번지’이자, 전국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부동산 시장의 정점에 있는 동네다.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인 셈이다. 이곳 학원가에서 20년간 입시 전문가로 일했던 저자 조장훈은 대치동을 “대한민국 모든 욕망의 최전선”이라고 표현한다.

대치동 학원가를 내부적관점에서 기록한 책이다. 저자 자신이 이 ‘욕망의 아수라장’의 일부였던 만큼, 특정한 입장에서 누군가를 비판하기보다는 학벌 자원과 부동산 시세 차익을 획득하려는 욕망이 뒤얽힌 대치동의 생태계와 그 안의 행위자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기록했다.

저자는 대치동을 “한국인의 내밀한 욕망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만화경 같은 곳”이자 “참가자 스스로 절벽에 선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불평등과 차별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카지노”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대학 입시는 학업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관문이 아니라 이른 시기부터 개인의 삶을 통제하고, 승자와 패자로 양분해 불평등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도박판과 같다는 것이다.

사교육에 점령당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모의 문화 자본을 통해 ‘스펙’을 만들 수 있는 유산 계급을 위한 입학사정관 제도, 대다수 학생을 상위권 학생의 ‘들러리’로 전락시킨 학생부종합전형 등 입시제도가 계급 격차와 불평등을 강화해온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학벌주의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어떤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계급 간 힘겨루기 속에서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학벌주의를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다음 세대의 삶 역시 치열한 경쟁으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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