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2시간' 비정규직도 '주 4일제'가 반가울까?
[경향신문]
대선 후보들 ‘노동 의제’로 부각
“덩달아 소득 감소” 우려 목소리
비정규직 노동시간 정규직의 77%
‘일자리 나누기 정책’ 함께 논의를
대선을 앞두고 ‘주 4일제’가 주요한 노동정책 의제로 주목받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 정책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하지만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을 확보하는 정책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4일제에 대한 관심은 정치권, 정부 부처, 노동계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제6회 일·생활 균형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2021년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 공모전’ 대상에 주식회사 에듀윌을 선정했다. 에듀윌이 선정된 데는 이 회사가 국내에서 드물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에듀윌은 2019년 9월부터 주 4일제를 시행해왔다.
노동계는 대선 국면에서 주 4일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을 쟁점 사항으로 부각하고 있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새로운 노동의 미래, 시대전환의 키워드 이제는 주 4일제’란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해외의 노동시간 단축 흐름 및 국내 도입 방향의 과제 등이 논의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권혜원 동덕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장시간 노동과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한 메타 분석 연구에 의하면 주당 4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주당 평균 35~40시간 미만 일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관상동맥 심장질환과 뇌졸중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에서도 노동자의 건강 등을 위해서도 주 4일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각 당 대선 후보들도 주 4일제를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주 4일제를 대표적인 노동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동 공약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주 4일제에 대한 공감의 뜻을 보인 바 있다.
최근의 이런 논의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주 4일제가 저임금 개선 및 일자리 나누기 정책과 함께하지 못하면, 일부 정규직과 공무원에게만 유효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후보 등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등을 외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기도 한다.
노동시간 단축만큼, 비정규 노동자의 적정 노동시간 확보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5일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임금 불평등 추세와 대안 모색’ 연구를 보면, 정규직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임금이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인 노동자)는 월평균 임금 기준으로 2002년 12.2%에서 5.5%로 감소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중 저임금 노동자는 같은 기간 41.2%에서 48.8%로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노동시간 변화에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2003년엔 각각 50.2시간과 45.0시간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2.7시간과 32.7시간이었다. 2003년엔 비정규직 노동시간이 정규직의 90%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7% 수준으로 준 것이다. 그 사이 최저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절대적인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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