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역할 조정은 없다"는 윤석열, 김종인과 '결별의 길'

박순봉·유설희·문광호 기자 2021. 11. 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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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제 자리 비워드릴 생각”…선대위 ‘김병준 원톱 체제’로
“총괄위원장직 거부하느냐” 질문에 김종인, 고개만 세 차례 ‘끄덕’

윤석열, 선대위와 ‘공식 첫 만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에서 네번째)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의 김병준(세번째)·이준석(다섯번째)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잠정 결별했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비토했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두고 “역할 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권한을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선대위는 일단 ‘김병준 원톱 체제’로 굴러가게 됐다.

윤 후보는 이날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아닌 김병준 위원장을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윤 후보와 간담회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가지든 선대위가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본부장들과 상의도 해야 하고, 더 이상 이 이슈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수직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역할을 굳이 조정할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김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합류를 위한 김 위원장의 역할 조정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여기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들이 ‘김 위원장이 열심히 한다고 했으니 총괄선대위원장직을 고려 안 하는 걸로 보면 되느냐’고 묻자 두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들이 ‘끄덕인 게 맞느냐’고 묻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인 의미가 뭐냐’고 재차 묻자 “나에게 고개를 끄덕거린 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보느냐”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일상으로 (이미) 돌아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총괄선대위원장직 거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선대위는 일단 ‘김병준 원톱’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돼 있지만 제가 맡은 실무 분야(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가 따로 있으니 최대한 총괄 관리는 김 위원장이 하시도록 좀 중간에 비워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YTN에 출연, “저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의 총괄선대위원장 격으로 활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체제로 당이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이 대표와 김 위원장, 원희룡·주호영·김성태 등 각 총괄본부장과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이어 처음 열린 선대위 총괄본부장 회의는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함께 주재했다.

다만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완전한 결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 설득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고, 김 전 위원장도 여전히 대선에서 역할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후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설득도 하고 있다”며 “하루속히 김 전 위원장을 모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이 되시길 바란다”고 했다. 권성동 사무총장도 기자들에게 “그때(지난 24일) 만났고 이제는 또 다른 방법을 써서 모셔오는 작전을 펴야 한다. 그 방법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재결합 가능성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당내에서 김 전 위원장을 모셔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 윤 후보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 성격상으로도 이미 구상을 마친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을 다시 모셔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유설희·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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