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에 최후통첩" 흘려 갈등 뇌관이 된 '윤핵관'

[경향신문]
당내 우려…이준석 “자제” 경고
비대한 선대위·‘전언정치’ 논란

불편한 심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에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일명 ‘윤핵관’이 주목받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 관계자발 보도에 “주접을 떤다”고 표현하며 불쾌감을 표시했고, 이준석 대표는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나한테 최후통첩을 했다고 주접을 떨어 놨던데 뉴스 보고 ‘잘됐다’ 그랬다”고 말했다. 한 매체가 ‘윤 후보 측 핵심 정무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김 전 위원장이 조건 없는 합류를 선언하지 않으면 끝”이라며 최후통첩을 했다는 기사를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후보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모시는 문제는 언어로 인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나 평가하는 사람이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최근 익명 인터뷰를 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 분들이 있다”며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YTN 라디오에서는 “(익명 측근이 누군지) 잘 안다”며 “적당히 하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 측근이 많으니까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며 “측근의 이야기가 윤 후보의 마음은 아닐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후보 핵심 측근 발언 논란이 불거진 이유를 두고, 임승호 당 대변인은 “선거 조직의 규모가 너무 크다. 그런 만큼 주위에서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린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핵심 관계자 중 일부는 자기 주장을 (윤 후보 주장인 것처럼) 하는 것”이라며 “선대위 내 직책에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의 측근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일부 측근들의 거친 언행을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후보는 황교안 전 대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치 경험 부재로 인해 인력을 쓰는 한계도 있고 전언정치에 기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2019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바른미래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황핵관’(황교안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이준석 대표는 “황교안 대표 측 인사,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익명 인터뷰를 하면서 판을 깨는 경우가 많다”며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옆에서 좀 훼방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측 익명 관계자발 보도에 대한 질문에 “시간이 없다 보니 뉴스를 다 볼 수 없다. 익명 관계자가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