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살인' 조카 변호 이재명 "감출 의도 없었다, '데이트 폭력' 표현 죄송" (종합)

강주리 2021. 11. 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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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밝혀

피해자 유족 ‘데이트폭력’ 표현에 반발하자
李 “미숙한 표현 사과, 변호사라 변호했다”
野 “변심 여친·모 살해범을 심신미약? 기막혀”
“끔찍한 연쇄 살인, 데이트폭력 둔갑한 인성”

이재명 목포 동부시장 방문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1.11.26 연합뉴스
이재명 ‘대한민국 대전환 합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계류장을 방문해 의료진 및 섬마을 주민들과 국민반상회를 하고 있다.이 후보는 오는 29일까지 ‘세번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민주당 핵심 지역인 호남 곳곳을 돌며 민심잡기 행보에 나선다. 2021.11.26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조카가 저지른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를 받은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최근 데이트폭력 피해자 유가족을 만난 일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했었다. 그러자 피해자 가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 딸·아내가 살해했는데 데이트 폭력이라니요”라고 반발했고 야당에서는 ‘흉악 범죄’를 심신미약으로 변호한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 후보로서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피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평생 두고 갚는 마음으로 역할 매진”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데이트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조카가 저지른 모녀 살해사건의 피해자가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내 딸·아내가 살해했는데 데이트 폭력이라니요”라고 말한 보도를 링크한 뒤 “피해자 가족분들의 인터뷰 기사를 이제서야 뒤늦게 보았다”면서 “어떤 말로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를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흉악범죄로 인한 고통의 크기가 헤아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저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을 다시 상기하시게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평생을 두고 갚아 나가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머리 맞대고 사진 찍는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1.11.26 연합뉴스

李 “멀다고 할 수 없는 친척 일,
제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 직전 전남 신안군 응급의료 전용 헬기 계류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조카의 모녀 살인사건을 변호한 것에 대해 “변호사라서 변호했다”면서 “멀다고 할 수도 없는 친척들의 일을 제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슴 아픈 일이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발언 뒤에 언론 보도를 보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고 선대위 관계자들이 밝혔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4일 데이트폭력 피해자 유가족과 만난 일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자신이 변호한 조카의 모녀 살인사건에 대해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표현해 야당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일가 중에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죄했다. 이 후보는 “제게도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러운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불멍’ 즐기는 이재명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해남군 오시아노 캠핑장에서 30대 직장인들과 ‘명심캠핑’을 하고 있다. 2021.11.26 뉴스1
이재명, 목포 시민들과 찰칵!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1.11.26 연합뉴스

野 “李가 심신미약으로 변호한 조카,
피해자 여친·모 37차례 찔러 살해”
“그걸 데이트폭력으로 불러? 참담”

이에 대해 야당은 이 후보의 ‘인성 문제’를 거론하며 맹공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변호한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은 이 후보의 조카인 김씨가 교제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모두 37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 후보가 변호 당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끔찍한 연쇄살인을 데이트폭력 수준으로 둔갑시켰다”면서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남 명심캠프 발언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화원면 해남 오시아노 캠핑장에서 열린 명심캠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1.26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주혜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흉악살인 범죄를 변호하면서 충동 조절 능력 저하나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한 사람이 어떻게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라면서 “국가지도자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약자에 대한 기본 인식과 공감 능력의 심각한 부재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자신의 SNS에서 “변심한 여친(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준비해 간 흉기로 모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희대의 흉악범을 심신미약이라고 변론한 자가 인권변호사?”라면서 “정말 기가 막힌다”라고 적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과 그의 모친의 손을 테이프로 묶고 칼로 37회 찔러 살해한 행위를 데이트폭력이라 부르다니,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목포에서 지지호소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26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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