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끝났다" 비웃었는데..7년 숨겼던 '내공'에 놀랐다, '돌직구 전기차' BMW iX [왜몰랐을카]

최기성 입력 2021. 11. 26. 20:30 수정 2021. 11. 2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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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비웃음에도 7년 '묵언 수행'
벤츠 포르쉐 테슬라에 강력한 한방
키드니 그릴 논란도 단번에 날렸다
사전계약 '대박행진', 2000대 돌파
'전기차 게임 체인저' BMW iX [사진출처=BMW]
BMW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와 함께 독일을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3강을 형성했다. 단, 내연기관 분야에서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BMW는 발 빠르게 움직였었다. 단, 7년 전 일이다. BMW는 지난 2011년 'BMW I' 브랜드를 출범하며 순수 전기차 시대 포문을 열었다. 2014년에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순수 전기차 BMW i3를 선보였다.

BMW i3는 내연기관 차량에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탑재한 다른 전기차와 달리 개발단계부터 오롯이 순수전기차로 개발·생산됐다. i3 이후 BMW 전기차는 볼 수 없었다.

티내지 않고 7년 간 갈고 닦았다
BMW iX [사진출처=BMW]
BMW는 비아냥거림에도 묵묵히 7년간 '묵언 수행'에 들어가 착실히 전기차 시대를 준비했다. 테슬라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이 잇따라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소식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BMW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순수 전기차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인 플로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잇따라 내놨다.

BMW코리아도 전기차 확산 걸림돌인 전기차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충전 시설을 계속 늘려나갔다. 지난 2014년부터 이마트 점포, 전시장, 서비스센터 등에 200여기의 충전기를 설치했다.

2019년에는 '전기차 성지' 제주도에 국내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해 풍력에너지를 저장·공급하는 'e-고팡 충전 스테이션'도 설치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7년간 '전기차 내공'을 쌓아온 BMW는 전기차 출시 여건이 성숙됐다고 판단, 내년 초까지 총 3종의 순수전기차를 출시한다. 스타트는 지난 22일 순수 전기차 BMW iX가 끊었다.

BMW iX, 논란거리 '수직형 그릴' 채택
BMW iX 내부 [사진출처=BMW]
BMW드라이빙센터(인천 영종도)에서 지난 23일 열린 시승행사장에서 BMW iX를 직접 S확인한 순간 "포토샵의 실수"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BMW가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전기 SUV 'iX'는 평면 위에 펼쳐진 2차원 사진보다 3차원 입체 세상에서 펄떡펄떡 뛰는 생동감을 발산했다.

사실 자동차 디자인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진다. 하지만 대체로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 사진으로 먼저 만나는 신차 대부분은 사진이 실물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망을 자극하는 멋진 자연환경, 판타스틱 이미지를 더해주는 조명발과 사진발, 첨단 포토샵 기능까지 더해져 실물보다 더 멋지게 나오기 때문이다.

BMW iX 수직형 키드니 그릴 [사진출처=BMW]
BMW iX는 그러나 사진이 공개됐을 때 "또 돼지코"라는 말을 들었다. 올해 초 출시된 뒤 디자인 논란을 일으켰던 BMW 4시리즈처럼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수직형 키드니 그릴은 가로가보다 세로가 길다. 또 크기도 커졌다. 얼핏보면 돼지코나 토끼 이빨, 비버 이빨을 닮았다.

그릴 디자인 변경이 논란으로 확산된 이유가 있다. 1990년대 이후 가로가 세로보다 긴 수평형 키드니 그릴은 BMW 상징처럼 여겨졌다. 또 그릴은 사람 얼굴의 코 또는 입 역할을 담당한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한다.

BMW측은 수직형 키드니 그릴은 1930년대와 1970년대 BMW 쿠페에 적용된 디자인 헤리티지를 상징한다며 전통을 계승하면서 차별화도 추구하기 위해 채택했다고 밝혔다.

익숙하지만 낯선 매력으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디자인의 힘'도 보여준다며 앞으로 출시될 BMW iX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선집중' 키드니 그릴, 디자인 논란 '종식'
BMW iX [사진출처=BMW]
'힘 있는 디자인'은 처음엔 낯설더라도 점차 눈에 익으면 신선해진다. 4시리즈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수직형 그릴은 근육질 SUV인 BMW iX와 어울려 강렬한 '시선집중' 효과를 발휘했다.

실물은 평면 위에 펼쳐진 2차원 세상과 달리 눈으로 보는 3차원 입체 세상에서 더 멋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차체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주면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뽐냈다.

혈액을 정화하면서 생체에 유독한 노폐물을 배출하고 다른 장기와 협력하면서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신장(키드니)처럼 수직형 그릴은 iX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에도 관여했다.

BMW가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에서는 기능보다는 장식으로 변해간 그릴에 새로운 목표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BMW iX [사진출처=BMW]
BMW는 그릴이 지능형 패널 역할을 담당하도록 카메라, 레이더 및 각종 센서를 통합했다. 또 눈, 얼음으로부터 그릴을 보호하기 위해 열선도 추가했다.

키드니 그릴은 먹이를 노려보는 맹수의 눈처럼 날렵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발산하는 BMW 레이저라이트, 범퍼 양쪽 끝에서 안쪽으로 파고든 대형 블랙컬러 공기흡입구 디자인 장식과 어울려 역동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 이미지에 한몫했다.

후면도 헤드램프처럼 날렵한 리어램프, 범퍼 하단에 블랙컬러 사각형 장식, 볼륨감을 강조한 수평 라인 등으로 역동적이면서도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전장과 전폭은 X5, 전고는 X6, 휠 아치는 X7 수준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55x1965x1695mm다. X5(4920x1970x1745mm)보다 길고 낮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000mm다. X5(2975mm)보다 길다. 다이내믹하게 디자인됐고 실내공간에도 공들였다는 뜻이다.

실내, '바퀴달린 집' 향한 전기차 여정 보여줘
BMW iX 인테리어 [사진출처=BMW]
실내는 인간중심, 안락함, 개방감, 단순함,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바퀴달린 집'으로 가는 전기차의 여정을 보여준다.

iX 디자이너들도 예쁜 차가 아니라 거실을 디자인하는 개념으로 실내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시보드 위에는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운전석에는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위해 BMW 그룹 최초로 육각형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다.

운전석 쪽 대시보드와 디스플레이는 운전자를 감싸주는 형태다. 운전자가 시각적으로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크리스털을 곳곳에 반영,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도 강조했다.

BMW iX 센터콘솔 [사진출처=BMW]
대시보드 아래 센터 터널은 현대차 아이오닉5나 기아 EV6처럼 개방됐다. 신발을 놓거나 작은 가방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평소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필요할 때 작동하는 '샤이 테크(shy tech)' 개념의 새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BMW i가 추구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표현했다.

레이더와 각종 센서 및 열선이 통합된 수직형 키드니 그릴과, 공기 저항을 줄이는 매립형 도어 오프너, 보닛 엠블럼에 숨어있는 워셔액 주입구, BMW 배지 안에 자리잡은 후방카메라, 시트에 내장된 입체 스피커,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통합된 BMW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에 모두 샤이 테크 콘셉트가 반영됐다.

슈퍼카 잡는 '도로 위 전투기'
BMW iX 주행 [사진출처=BMW]
시승차는 BMW iX xDrive40이다. 합산 최고출력은 326마력, 합산 최대토크는 64.2kg.m,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은 6.1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13km다. 가격은 1억2260만원이다.

육각형 스티어링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의 조종간을 연상시킨다. 고전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디자인됐다. 그립감도 우수하고 D컷 스티어링휠처럼 무릎 위 공간도 넉넉하게 제공한다.

변속기는 하나의 버튼을 올리고 내리는 방식으로 조작한다. 역시 처음에는 익숙치 않지만 단순하면서도 조작하기 쉽다. 크리스털 다이얼 형태 조작계, 터치 방식 원목 패널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퍼스널, 스포츠, 이피션트로 구성됐다. 퍼스털과 이피션트 모드에서는 소리없이 부드럽게 주행한다. 노면소음은 물론 바람소리도 들어오지 않는다. 30개 스피커로 구성된 바워스 앤 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는 낮은 볼륨에서도 깨끗하면서도 웅장하게 들린다. 시트에 숨겨진 스피커는 '귀르가즘'도 유발한다.

BMW iX 사운드 시스템 [사진출처=BMW]
전기차 효율성을 높여주는 'B모드'를 선택하면 처음에는 페달을 밟고 뗄 때마다 울컥울컥한다. 울렁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운전 재미가 쏠쏠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 브레이크와 유사한 감속이 이뤄진다.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모두 할 수 있는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이다. 지그재그 구간이나 내리막길에서는 재미가 배가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전투기'로 돌변한다. 육각형 스티어링휠이 좀 더 묵직해지고 페달이 민감해진다.

페달을 밟으면 전투기에 탄 것처럼 몸이 순간 뒤로 젖혀졌다 앞으로 쏠리면서 바로 치고 나간다.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발진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웬만한 슈퍼카보다 낫다.

BMW iX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와 루프 [사진출처=BMW]
비행기 이륙 때 나는 소리를 키운 것 같은 사운드도 귀를 자극한다.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와 공동 개발한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이 드라이빙에 스릴을 더한다.

고속 안정감은 뛰어나다. 코너에서도 운전자의 손발과 한몸이 돼 움직인다. 빠르고 안정감 있게 돌파한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우수하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알아서 가감속한다. 곡선 구간도 매끄럽게 통과한다. 손발이 편해진다.

다만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길 안내 기본기가 부족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도 313km에 불과하다. 400km를 넘어 500km까지 넘나드는 전기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쉽다.

BMW iX 주행 [사진출처=BMW]
BMW iX는 디자인, 편의성, 안전성, 공간활용성, 미래지향성, 프리미엄가치 등을 고루 갖췄다. BMW가 7년 묵언 수행에 들어간 사이 '전기차 대명사'가 된 테슬라, 테슬라를 추격하는 벤츠와 포르쉐에 강력한 돌직구를 날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출발도 좋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BMW iX 사전계약대수는 2042대에 달했다. 올 1~10월 비슷한 크기인 BMW X5가 4851대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X5 4개월치 판매물량이 계약된 셈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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