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코로나19 팬데믹과 초현실주의
[경향신문]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길어져서일까. 100년 전 예술 사조인 초현실주의에 마음이 쏠린다. “요즘엔 초현실주의 작가들 화집에 눈길이 자꾸 간다”고 화가와 미술평론가들도 거든다. 일상생활은 물론 의식마저 뒤흔들리는 혼란, 내일을 전망하기 힘든 데 따른 불안, 대전환이 강조되는 격변기…. 시공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 여기의 시대상이 초현실주의의 시대와 데칼코마니 같다.
초현실주의는 1920~1940년대를 휩쓴 문화운동이다. 문학가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시작해 미술에서 꽃을 피우며 세계로 확장돼 영화와 연극·사진·광고·패션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초현실주의 태동과 성행은 1~2차 세계대전 사이다. 1차 대전은 인간 이성과 인류애에 대한 믿음을 무참하게 깨부수며 당시 개인과 사회 전반에 큰 상처를 남겼다. 대전 직후 2년여 동안 인류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스페인독감 팬데믹이 세상을 휩쓸었고, 대공황도 일어났다. 예술가들은 누구보다 시대에, 삶에 예민한 촉수를 지니지 않았던가. 그들은 이성보다 무의식을, 합리성보다 무한한 상상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이성 너머의 무의식이 펼쳐내는 환상과 꿈의 세계를 그려냈다. 통념과 일상을 뒤틀고 비틀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 것이다.
마침 저명한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2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초현실주의 거장들-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이 열린다. 초현실주의의 시작을 알린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시작으로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마르셀 뒤샹, 만 레이 등의 작품 180여점이 선보인다. 초현실주의의 진면목을 살펴볼 기회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140점으로 구성된 ‘살바도르 달리전’이 마련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불안과 두려움, 혼돈 등 초현실 같은 현실을 안겨주고 있다.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현실 도피보다 능동적 몸부림으로 새로운 예술세계를 창조해냈다. 지금 여기에 그들을, 그들의 작품을 소환하는 이유다. 누구나 전시작을 통해 저마다의 ‘코로나 이후’를 꿈꿀 수 있기를 바라본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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