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쇄신'의 목적지, 국민의힘 '밀당'의 종착지

김규남 입력 2021. 11. 26. 19:26 수정 2021. 11. 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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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한겨레21] 특집
 그래픽_박민지
2021년 11월29일은 제20대 대선 D-100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는 반성, 변화, 쇄신을 꾀하고 있다. 현재 구성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선대위는 여전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참여를 놓고 ‘밀당’하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윤 후보가 10%포인트 안팎으로 우세를 보였지만, 11월 넷째 주에 들어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승부를 벌이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는 사이 ‘제3지대’에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새로운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후보 사이에 선거 공조 논의가 시작됐다. _편집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100여 일 앞둔 11월 말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과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밀당’을 하며 선대위 구성에 힘쓰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11월5일 이후, 여론조사에서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이재명 후보를 10%포인트 안팎으로 앞서며 초반 기세를 올렸다. 이런 흐름이 2주가량 이어졌다. 또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게 유지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은 이 후보에게 당 쇄신과 선거대책위원회 혁신 관련 전권을 위임했다(11월21일). 다음날인 11월22일 이 후보는 “오늘은 새로운 민주당의 첫 1일차”라며 “국민의 변화, 혁신,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담아서 이재명의 민주당, 새로운 민주당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출발은 철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대장동 의혹에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등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했다.

이틀 뒤인 11월24일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로 사죄의 절을 드리겠다”며 큰절을 했다. 또 핵심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했다. 하루 만인 11월25일 이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영진(54·재선) 의원을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이 후보의 정무조정실장으로 현장을 ‘그림자 수행’한 강훈식(48·재선)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기용해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같은 날 선대위 우원식 공동선대위원장, 조정식 상임총괄본부장, 박홍근 비서실장이 “전국 곳곳 현장으로 가겠다”며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에선 11월21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을,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며 윤석열 후보가 ‘3김 선대위’ 구성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인선안에 불만을 표하며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선대위 출범이 덜컥 멈춰섰다.

11월23일 오전 김종인 전 위원장은 “내 일상으로 회귀”한다고 했다가, 오후엔 “2~3일 사이에 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선대위 참여 여지를 남겼다. 같은 날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오전에는 “그 양반”이라고 감정적으로 표현했다가, 오후에는 “우리 김 박사님”이라며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날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선대위 합류를 요청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확답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전권’을 요구했지만, 윤 후보가 난색을 보이며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 등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선대위를 구성한 것이 밀당의 핵심 원인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1년 11월24일 서울 여의도동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죄의 절”과 “김 박사님”

이재명 후보가 반성·사과·쇄신 행보를 보이고,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 ‘밀당’하는 사이에 10%포인트 안팎의 차이를 보였던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11월23~24일 전국 성인 1011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선 후보 다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 37.1%, 윤 후보 38.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2주 전 실시한 같은 조사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4.7%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3.3%포인트 감소했다.

또 교통방송(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1월19~20일 전국 성인 1007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다자 대결에서 이 후보 39.5%, 윤 후보 40%로 두 후보가 역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1주 전 실시한 같은 조사 결과에 견줘 이 후보의 지지율은 7.1%포인트 상승했고, 윤 후보의 지지율은 5.6%포인트 감소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윤 후보의 컨벤션 효과는 약화되는 반면 이 후보의 위기의식으로 인한 사과와 쇄신, 이로 인해 지지층이 결집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당 모두 선대위가 이슈다. 이재명 후보는 선대위 쇄신, 윤석열 후보는 선대위 구성이 문제다. 11월2일 출범한 민주당 선대위는 ‘원팀’을 강조하고 당내 169명 국회의원 전원을 중심으로 ‘매머드급’ 선대위로 구성됐다. 그러다보니 의사결정이 굼뜨고, 효율성과 신속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을 당 안팎에서 받았다. 민주당은 국민 목소리와 정책 요구에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선대위로의 쇄신안을 마련 중이다. 

좁아진 지지율 격차

또 이재명 후보는 속도감 있는 국회 입법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1월24일 윤호중 원내대표,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 만나 비공개였던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를 공개로 바꿀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이재명표 민생·개혁 법안’의 속도감 있는 처리를 강조했다. 169석 거대 여당의 권한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관련 입법,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개발이익환수 3법(개발이익환수법·도시개발법·주택법) 개정 등의 법안 처리 필요성이 언급됐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정기국회 106건 중점처리 법안을 △여야 합의 처리 △민주당 단독 처리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당론으로 결정 등으로 분류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국방위원회 간사로 참석한 기동민 의원은 “(논의를) 이렇게 하고 끝내면 이 후보와 민주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가 있을 수 있어 정리된 형태의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반성과 사과 행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변화하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이것이 그동안 민주당이 받아왔던 ‘오만과 독선’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성과 변화인 것인지, 아니면 ‘169석의 의석을 갖고도 제대로 입법을 못했다’는 비판에 대한 반성과 변화인지 콘셉트가 아직 불분명해 보인다”고 짚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향후 변화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영 소장도 “이 후보가 자세를 낮추고, 민주당이 쇄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입구’에 해당한다. 출발 지점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 후보는 이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 ‘밀당’을 벌이다 선대위 출범이 늦어졌다. 결국 윤 후보는 11월25일 김 전 위원장을 위한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는 비워두고 선대위 실무를 책임질 6개 총괄본부장과 대변인 등 인선안을 발표하며 선대위를 ‘개문발차’했다. 더는 선대위 구성을 늦출 수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021년 11월24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올드보이’로 구성한 국힘 선대위

이러한 3주 동안의 ‘밀당’과 관련해 진보·보수 진영 양쪽의 평가는 모두 비판적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1월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후보가 경선이 끝난 다음에 자기 비전과 가치와 관련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지난) 한 달이었다. (그런데) 그 한 달 동안 김종인 (전) 위원장만 졸졸 따라다닌 결과가 돼버렸다. 땅을 치고 후회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윤 후보가 이 싸움에 휘말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20일을 허송한 것은 정치 초보의 한계였다. 국가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는 온데간데없고, 참신한 인물 발굴 모습도 보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선대위가 결국 ‘올드보이들’로 구성되고 말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윤 후보는 (김병준, 김한길 등) 옛날 은퇴했던 사람들을 불러오고, 또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을 주로 기용해왔다. 인사 스타일이 ‘올드’하다”고 꼬집었다. 11월25일치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세 사람의 평균 연령은 72살이다. 경륜은 있겠지만 새로운 정치나 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선거전은 ‘중도 확장’

아직 대선은 3개월여 남았다. 늦어도 12월 초에는 민주당에선 쇄신 선대위가 꾸려질 것이고, 국민의힘에선 선대위 구성이 완료될 것이다. 이후 펼쳐질 본격적인 선거전의 핵심 과제는 양당 모두 ‘중도 확장’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양당의 선거 전략의 ‘타깃’은 한 정당에 매여 있지 않은 ‘스윙보터’(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거 경험이 당내 경선밖에 없는 윤석열 후보는 계속 경선처럼 조직 확장을 하려 하고,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는 등 양당 모두 누구를 타깃으로 선거 캠페인을 해야 하는지 아직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야당에서 김 전 위원장만큼 중도층 표심을 잘 읽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김종인과 함께하냐, 못하냐의 차이는 상당히 클 것”이라고 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제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0’선의 두 후보가 자신의 정치력을 입증해야 할 시간이다. 유례없이 높은 비호감도도 극복해야 하고,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2030세대에 대한 확장성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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