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천 화재' 공기 단축 요구한 발주처 관계자 무죄 확정

이효상 기자 2021. 11. 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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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4월 29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공사를 발주한 한익스프레스 관계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익스프레스 경영기획팀장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천 화재 사고는 지난해 4월29일 한익스프레스의 이천 물류창고 신축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냉동·냉장창고 설치 과정에서 불이 잘 붙는 우렌탄폼을 이용한 단열 작업과 배관 연결을 위한 용접 작업이 함께 진행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한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동시 작업을 벌이며 피해 규모를 키웠다.

검찰은 화재 직후 사건을 조사해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시공사 관계자와 하청업체 현장 소장, 감리업체 관계자 등을 기소했다. 또 통상의 산업안전 사고와 달리 발주처 관계자인 A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A씨가 냉동창고의 냉방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계도에서 비상구 폐쇄를 승인한 점, 발주처가 시공사 측에 공기 단축을 요구해 동시 다발 작업이 이뤄진 점 등이 화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공사기간 단축을 요구했고, 시공사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는 등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화재 가능성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가 비상구를 폐쇄할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A에게 다른 대피로를 마련하거나 그에 관한 전파·교육·훈련 등을 실시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발주처는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지 않기에, 발주처 관계자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A씨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시공사와 감리업체, 하청업체 관계자에게는 유죄가 확정됐다. 시공사 건우의 본부장과 안전관리자에게는 각각 징역 3년과 금고 2년이, 감리업체의 상무에게는 금고 1년6월이, 건우로부터 냉동창고 설비공사 일부를 하청받은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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