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차이나타운 방화‧약탈.. 섬나라 솔로몬 제도에 무슨 일

이철민 선임기자 2021. 11. 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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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70만 명의 솔로몬 제도(Solomon Islands)가 24일부터 국회 건물이 습격당하고, 경찰서와 차이나타운 상점들이 방화‧약탈되는 폭동에 빠졌다.

폭력적인 시위대의 대부분은 가장 인구가 많은 섬인 말레이타 섬(16만 명) 출신들로, 이들은 수도 호니아라가 위치한 과달카날 섬으로 가서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사저(私邸)와 국회를 습격하고, 상점과 건물들에 불을 질렀다. 시위대는 “소가바레 총리의 재임 20년 동안 외국인들이 최고의 자원을 가져가고, 국민 상황은 계속 나빠졌다”며 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호주 정부는 26일 120여 명의 군경으로 치안유지 병력을 구성해, 1진을 이날 급파했다.

솔로몬 제도는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나라로, 약 1000개의 섬으로 이뤄졌으며, 국민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225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솔로몬 제도.

폭력적 시위의 배경은 이렇다. 가장 크면서도 가장 가난한 섬인 말레이타 섬 주민들은 이전부터 호니아라의 중앙 정부가 불공평하게 자원을 배분하고, 경제 지원도 미비하다고 불만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19년 솔로몬 정부가 36년간 맺어왔던 타이완과의 외교 관계를 끊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자, 말라이타 주민들은 중앙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같은 해,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한 중국기업은 심지어 ‘툴라기’라는 이 나라의 섬 하나를 통째로 임대해 배타적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지방정부와 맺었다. 이 계약은 중앙정부가 무효화했지만,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외교‧군사적 움직임을 주시해 온 미국과 호주는 크게 긴장했다.

중앙 정부의 친중(親中) 노선에 반발한 말레이타 섬 정부는 타이완, 미국과의 관계를 지속하며 지원을 받았다. 미국은 작년 10월 말레이타 섬에 250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은 중앙 정부를 지원한다. 호주 로이(Lowy) 연구소의 미하이 소라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미‧중이 자신과 우호적인 섬을 지원하면서, 중앙정부가 있는 과달카날 섬과 말레이타 섬 주민들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소가바레 총리는 호주방송 ABC와의 인터뷰에서 “굳이 지목할 필요 없는 ‘다른 나라들’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며 “갈등의 유일한 원인은 베이징으로 외교관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지난 2년간 건전하게 발전한 양국 관계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는 부질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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