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압수수색 간 공수처.. '절차위반' 항의에 "안 한 것으로 하자"

이정구 기자 2021. 11. 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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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청사에 도착해 해당 사무실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예고대로 26일 대검 서버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이날 공수처는 압수수색 대상에게 사전에 반드시 고지 해야 하는 ‘절차적 권리’ 등을 빠뜨리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위법 압수수색’ 논란으로 이어졌다. “절차 위반”이라는 항의가 제기되자 공수처는 “안 한 것으로 하자”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5월 이 고검장이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직후, 공소장 편집본이 일부 검사들 사이에 돌았고 언론에도 그 내용이 보도됐다. 그 당시 대검 감찰부가 유출자를 색출하려다 실패했는데, 지난 5월 반(反) 검찰 성향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했던 공수처가 최근 또다시 수원지검 수사팀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대검 서버 압수수색은 지난 5월 수사팀의 메신저 내용을 보겠다는 것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수사팀 검사 4명 외에 지휘 라인에 있었던 신성식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수원지검장), 오인서 전 수원고검장, 송강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도 포함됐다. ‘공소장 유출 의혹’에 적용된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이었다.

그런데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에 ‘성명불상 검찰 관계자가 공소장을 편집해 언론에 전달했다’는 식으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 내용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와 취재 기자의 이름도 적어놨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법조인은 “기각된 손준성 검사 구속영장에도 ‘성명불상의 검사’가 곳곳에 등장하더니 또 ‘성명불상의 검찰 관계자’냐”라며 “기소되면 자동으로 검찰 내부 시스템에 업로드돼 구성원 모두가 열람할 수 있는데 공무상 기밀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성윤 수사팀’만 콕 찍어 압수수색을 벌이는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작년에 공수처가 ‘이성윤 관용차 황제 조사’에 관련해 허위 보도 자료 작성한 사건을 수사했는데 그에 대한 보복” “수사팀이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을 ‘불법출금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한 뒤끝”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공수처는 이날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2명을 먼저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임세진 부장검사는 ‘이성윤 기소’ 두 달 전에 평택지청으로 복귀했는데 영장에는 ‘수사팀’으로 기재됐다고 한다. 압수수색 종료 후 임 부장검사는 취재진에 “오늘 저와 관련된 압수물이 아무것도 없다는 증명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검사는 “공소장 유출 당시 수사팀이 아니었던 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근거도 없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이라며 “나중에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임 부장검사에 이어 당시 수사팀 주임검사였던 A검사에 대해서도 메신저 내용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공수처는 A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전 압수수색 대상자에게 필수적으로 알려야 하는 절차 관련 내용을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종료 후 A 검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공수처는 “(압수수색) 집행 안 한 것으로 하겠다”며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툭하면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한다면서 대검을 제 집처럼 휘젓고 다니는데 김오수 총장은 문만 열어주고 있다”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공수처는 이날 오후 8시 22분쯤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은 압수수색 대상 검사와 관련해 전자정보 중 영장에 기재된 대상물을 추출해 확보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 집행 안내문’, ‘전자정보 압수·수색·검증 안내문’을 전달했다”며 “말 그대로 압수·수색·검증 관련 법 조항과 절차들을 설명하기 위해 공수처가 임의로 제작한 ‘안내문’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압색 절차를 설명하는 단순 ‘안내문’의 전달 시점이 압색 과정에서 다소 늦었다 하여 이를 위법하다거나 ‘절차적 권리’를 빠뜨렸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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