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호남서 사과·쇄신 다짐..'약무호남' 강조하며 통합론(종합)
D-100일 맞춰 광주서 첫 지역선대위..호남 인사 복당 물밑 추진
(서울·목포·신안=연합뉴스) 윤지현 홍준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찾아 '집토끼'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부산·울산·경남과 충청에 이어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 세번째 일정으로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호남 구석구석을 훑는다.
선대위 전면적 쇄신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을 방문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고 민주당 지지층 결속을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호남 일정의 첫발을 뗐다.
첫 행선지로 찾은 목포 동부시장에서 이 후보는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이 없다"며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 문구를 인용, 호남 민심에 적극 구애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개혁은 호남에 빚을 지고 있다. 앞으로도 호남은 역사가 뒤로 후퇴하지 않도록 책임져줄 것"이라며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나라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신안군 응급의료 전용 헬기 계류장으로 이동, '닥터헬기'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관계자 민원을 청취했다. 그는 경기지사 시절 자신의 치적 중 하나로 '닥터헬기'의 운영 확대를 꼽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정말 사람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라면 돈이 좀 들더라도 닥터헬기를 대량 확충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나라를 만들면 좋겠다"며 전남 도서 지역 의료 복지 차원에서의 접근을 강조했다.
닥터헬기 탑승으로 널리 알려진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불발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후 민주당 소속 전남도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 지역 조직과 만찬을 함께 하는 등 지역 조직 다지기에 힘썼다.
저녁에는 전남 해남의 한 캠핑장에서 30대 직장인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명심캠핑' 일정을 소화한다.
그는 앞서 이날 매타버스를 타고 동부시장을 방문하는 길에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반성의 목소리도 거듭 냈다. 그는 최근 일정마다 사과·반성과 쇄신의 다짐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이튿날인 27일에는 전남 장흥 토요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전남 강진을 찾아 농민들과 '국민 반상회'를 연다.
이어 전남 여수와 순천으로 이동해 항만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여수 관광명소인 낭만포차 거리 등을 걸으며 지역을 방문한 젊은이들의 민심을 살핀다.
28일과 29일은 광주 일정을 중심으로 채웠다.
이 후보의 이러한 현장 밀착 행보는 호남 지지층의 마음을 달래고 호남 지지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호남 일정은 2박 3일 일정이던 기존 매타버스 일정보다 하루를 더 늘려 진행하는 것이다.
또 대선 D-100일에 맞춰 첫 지역 선대위 회의 개최 장소로 광주를 선택한 것 역시 호남 민심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가 호남에서 90% 가량의 몰표를 받은데 비해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 후보로선 본선 승리를 위해선 텃밭인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반드시 견인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민주당이 이 후보가 띄운 '당내 대사면' 카드를 바탕으로 호남 인사들의 집단 복당을 물밑 추진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대거 탈당한 동교동계 호남 인사들을 끌어안음으로써 텃밭 민심을 최대한 추스르겠다는 판단이다.
최근 이 후보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정대철 전 의원을 비롯해 천정배·정동영·김관영 전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을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호남 일정에서 전남지사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깜짝 등장'하며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 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는 이번 주말 충청·경남 지역 일정이 있으며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직접 맡은 선대위 쇄신 작업도 물밑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의 16개 본부 체제를 6~7개로 간소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으로, 결과적으로는 6개 본부 체제인 국민의힘 선대위와 비슷한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또 송영길 대표가 재선 의원을 선대위에서 중용할 뜻을 밝히면서 이 후보의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인 임종성 의원 등이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서실장으로는 역시 재선의 오영훈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서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영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40대 여성 혹은 30대 여성 인사까지도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표가 나이도 있고 남성이니 대중들에게 참신함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y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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