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드 코로나' 버티기.. "이러다 타이밍 놓친다" 우려 쏟아져
뚜렷한 대응카드 없이 버티기
29일 文 대통령 방역회의 주재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버티기에 들어갔다. 확진자, 위중중 환자, 사망자 숫자가 위태로운 수준에 이르렀지만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거부했다. 대신 방역 패스(접종완료·음성확인서) 확대 적용 등 추가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자영업자 반발 때문에 쉽지 않다. 다음 주 월요일인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 정부 나름의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미적대다 실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냈다.
26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앞서 “코로나19 정부 대책을 종합적으로 발표하기 위해 충분한 검토를 통해 다음 주 월요일에 대책을 상세히 공개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를 중단하는 비상계획 실시 보다는 방역 수칙을 일부 강화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라는 얘기다.
①사적모임·영업시간 제한은 '위드 코로나 포기'라 부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역수칙 강화방안은 사적모임 인원제한과 영업시간 제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정부 내 논의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사적모임 인원제한이야 미접종자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도 있지만, 영업시간 제한은 거의 불가에 가까운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 조치를 들고 나오는 순간 '위드 코로나 포기' '예전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올 수 있다. 실제 전날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그런 방식의 대처방안은 널리 논의되지 않았고, 특히 영업시간 제한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너무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②방역 패스 강화에 자영업자들 "손실보상" 요구
그러면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방역 패스 확대 강화 방안이 거론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날 "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100인 이상 행사에 대해, 그리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방역 패스를 통해 미접종자 확산세라도 줄여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반대가 극심하다. 이제 장사를 좀 해보려는데 방역의 책임을 또 영세 사업자에게 떠넘기냐는 것이다. 방역 패스를 확대 적용하려면 이에 따른 손실 보상 문제로 함께 논의해달라, 방역 패스를 적용한다면 유예기간을 달라는 요구들이 줄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패스 관련, 그나마 유효기간을 6개월로 정하는 문제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상자들은 접종간격을 이미 4, 5개월로 당긴 상황이라서다.
③재택치료 확대해야 하는데... 이번에 의료계 우려
위드 코로나의 포인트 중 하나는 재택치료 확대다. 원활한 의료 대응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큰 증상이 없는 확진자들은 자기 집에서 증상을 모니터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계쪽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택치료란, 선택이라기보다는 버려지는 것에 가까울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의료 대응 여력이 거의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재택치료자가 갑자기 증상 악화를 겪으면, 제때 이송하고 치료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전문가들 "사회적 거리두기, 일부라도 되살려내야"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일부라도 살려내자는 제안을 했다. 이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추가접종 작업이 마무리되는 12월까지만이라도 버텨낼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상은 없는데 2, 3주 후에는 지금 늘어난 확진자들 중에서 또 위중증 환자가 쏟아질 것"이라며 "지금 비상계획을 해도 늦을 판인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 패스를 확대 적용해봐야 다중이용시설에서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게 현실인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 가운데 일부라도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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