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선진국 부럽지 않아'..코로나 사태초 독자 개발 뛰어든 쿠바·인도 성과 '톡톡'

김민수 기자 2021. 11. 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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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현지에서 코로나19 백신 '압달라'가 접종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쿠바와 인도에서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놓고 있다. 미국, 영국 같은 의약학 선진국 기업이나 기관이 개발한 백신이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코로나19 사태 시작부터 독자적인 백신 확보에 나선 것이 마침내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쿠바의 경우 자체 개발한 백신 ‘소베라나02(Soberana02)’와 ‘압달라(Abdala)’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인도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개발한 ‘BBV152’는 이달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승인 코로나19 백신 목록에 추가됐고 유증상 코로나19 환자를 절반 정도 억제한다는 실제 접종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이 공개됐다. 

팬데믹 초기부터 자체 백신 개발한 쿠바 “예방 효과 입증”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쿠바는 다른 나라가 백신을 개발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60년 넘게 쿠바에 대한 수출 제재에 나서면서 백신과 치료제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쿠바 하바나 소재 핀레이백신연구소와 쿠바 내 국영 생명공학센터는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개발한 백신 중 하나인 ‘소베라나02(Soberana02)’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결과를 담은 논문을 지난 11월 6일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했다. 특히 소베라나02는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인도 변이)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베라나02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특정 부분을 활용한 접합체 백신 기술을 활용해 개발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가져와 파상풍 박테리아의 무해한 신경독성 단백질 단편에 화학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이같은 방식으로 개발한 소베라나02의 1만4000명 규모 임상3상 시험에서 예방 효과는 71%로 나타났다. 강력한 면역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이같은 방식의 접합체 백신은 뇌수막염이나 장티푸스 백신에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IGB 연구진은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소베라나 플러스’라는 백신을 접종하는 시험을 진행해 이같은 방식이 면역반응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베라나02를 이미 2회 접종받은 사람에게 소베라나 플러스를 추가로 접종하는 1만4000명 규모의 임상을 진행한 결과 예방 효과가 92.4%로 높아졌다. 이란 테헤란 소재 파스퇴르연구소와 협력해 이란에서 유사한 2만4000명 규모의 임상시험도 진행했으며 조만간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소베라나02와 함께 또다른 백신 압달라도 순항중이다. 압달라는 코로나19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와 결합하는 수용체 부위 일부를 합성한 단백질 백신이다. CIGB는 “800만명에 이미 2400만 도스가 접종됐으며 이달 말 대규모 접종 결과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월 18일 기준 2세 미만의 소아를 포함한 쿠바 인구의 89%가 소베라나02 또는 ‘압달라(Abdala)’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3회 접종 방식의 백신 압달라는 쿠바 유전공학및생명공학센터(CIGB)에서 생산된다. 지난 7월 CIGB는 4만8000명 이상이 참가한 임상3상에서 압달라의 예방 효과는 92% 이상이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전체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쿠바 규제당국은 7월과 8월 각각 압달라와 소베라나02 백신의 성인 대상 사용을 승인했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도 승인해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쿠바는 현재 베트남과 베네수엘라, 이란, 니카라과 등에 2종의 백신을 수출하기 시작했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자체 개발한 2종의 백신 승인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쿠바가 자체 개발한 단백질 백신은 모더나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에 비해 극저온 보관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CIGB는 접합체 백신 기술은 수십 년 동안 큰 문제없이 사용됐기 때문에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백신의 면역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보팔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든 보관용기를 의료진이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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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BBV152’ 실제 접종 효과 분석 “유증상 환자 절반 억제”

인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BBV152’의 첫 실제 접종 효과 분석에 따르면 유증상 코로나19 환자를 억제하는 데 50%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되더라도 위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유증상 환자를 절반이나 억제한다는 의미다. 연구결과는 의학저널 ‘랜싯 감염병’ 11월 24일(현지시간)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2021년 4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인도 델리 소재 ‘전인도의과학연구소(AIIMS)’ 소속 병원 직원 중 증상이 있고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받은 27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기간은 델타 변이(인도 변이)가 인도에서 지배종이 됐던 시기다.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개발한 BBV152는 세포 유래 불활성화 바이러스 백신으로 28일 간격으로 2회 투여받는다. 2021년 1월 BBV152는 인도에서 18세 이상 성인 대상으로 긴급 사용이 승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긴급 승인 코로나19 백신 목록에 BBV152를 추가했다.

이번 연구는 BBV152의 실제 현장 적용 결과로 델타 변이에 대한 효과 등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석 결과 2714명 중 1617명은 양성, 1097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양성 사례는 연령과 성별을 기준으로 1대1 비율을 적용해 음성 대조군과 매칭했다. PCR 검사를 받기 14일 이상 전에 BBV152를 2회 접종한 후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유증상 코로나19 환자 억제 효과가 50%인 셈이다. 

연구진은 “실제 접종 환경에서 백신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위중증 환자 억제나 입원율 감소 효과 등을 확인하려면 또다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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