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창호법 '2회 이상 음주운전 가중처벌' 위헌 결정.. 현직 판사도 비판했다
현직 판사 "지금도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
음주운전 처벌 전력자가 재차 적발됐을 때 징역·벌금형으로 가중 처벌하게 한 ‘윤창호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현직 법관은 “헌재의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비판 의견을 내놨다.
헌재는 지난 25일 도로교통법 148조의2의 1항 중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하면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들은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과 처벌 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다”며 “특히 과거 위반 행위에 대해 선고나 유죄 확정판결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10년 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던 사람이 최근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고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반복적으로 위협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과거 범죄를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재범을 가중 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음주운전이라도 과거 위반 전력이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 차량 종류 등에서 위험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현행법대로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행까지 지나치게 엄하게 처벌하게 된다고 봤다.
헌재는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다”며 “재범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조치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또 음주운전을 해 교통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 신체, 재산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전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재량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이어 “처벌 대상에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해도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돼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양형요소를 고려해 집행유예 선고나 선고유예도 가능하다”며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오늘 나온 위헌 심판은 구 도로교통법 조항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헌 판정으로 효력을 잃게 되는 조항은 지난해 6월 개정되기 이전의 윤창호법이라는 취지다. 다만 같은 내용의 조항이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있어 위헌 결정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헌재 결정에 현직 법관은 법원 내부망을 통해 비판 의견을 밝혔다. 지방법원에 재직 중인 A 부장판사는 “위 법(윤창호법)을 그대로 적용해 재판을 진행했던 재판장으로서 과연 헌재의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헌재의 발상은 전과자라는 낙인을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10년 정도 음주운전으로 안 걸렸으면 사고만 내지 않으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역 1년 또는 벌금 500만원 이상, 집행유예, 선고유예까지 가능한 형벌 조항이 너무 무거워서 위헌이라는 결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단순 위헌으로 인한 뒤처리는 순전히 법원과 검찰의 몫”이라고도 했다.
또 A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단순 위헌으로 결정을 내림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큰 혼란을 일으킨 것이 진정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법원은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엄벌의 의지를 계속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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