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학벌론 취직 못해"..젊은 사장 늘었지만 폐업은 더 늘어

박홍주 2021. 11. 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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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5년새 50% 증가속
지난해 5곳중 1곳은 문닫아
폐업률, 전체 평균의 1.6배
중소기업은 구인난 몸살
"창업 실패 후 기회 열어줘야"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취업할 때 알게 모르게 장벽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에요. 아예 제 힘으로 처음부터 사업을 일궈 보자는 생각으로 친구들과 회사를 차렸어요."

지난해 인천에서 친구들과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창업한 오규혁 씨(27). 오씨는 "직장을 얻어도 월급으로는 죽을 때까지 자산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 같았다"며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 개인사업자의 폐업률 역시 전체 평균보다 60% 가까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도전에 나선 만큼 실패 확률 역시 높은 것이다. 청년층에 대한 창업 지원을 확대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지난 5년 사이에 10·20대 청년이 창업한 기업이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기업 동향' 통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9세 이하가 창업한 기업은 17만4728개로, 2016년(11만6815개)에 비해 49.6% 증가했다. 법인보다는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창업에 나선 청년 중 대부분이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에 뛰어든 것이다. 2016년 11만419명이던 29세 이하 개인사업자는 지난해에 16만5635명으로 늘어났다.

좁아지는 취업문과 '자신만의 일을 주도하고 싶다'는 가치관이 창업 실패의 위험에도 청년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충남 논산에서 국밥집을 인수하려는 이우현 씨(28·가명)는 "일자리를 찾아 서울에 간 친구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고향에서 창업하기로 결심했다"며 "상권 분석과 메뉴 등을 철저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채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서혜정 씨(27·가명)는 "청년 창업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이 늘었고, 이른바 'n잡러'가 증가하는 등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년 사업의 폐업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1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9세 이하 청년 개인사업자들의 폐업률은 20.1%로, 전체 평균인 12.3%의 1.6배 수준이었다. 폐업률은 30대 14%, 40대 10.4%, 50대 8.8%, 60대 8%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다른 모든 연령대에서는 2015년에 비해 폐업률이 감소했는데 20대에서만 폐업률이 0.3%포인트 소폭 상승했다는 점도 위험 신호로 꼽힌다.

이 때문에 청년기에 창업에 실패했을 때 재기에 나설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파주에서 4년간 카페를 운영했던 정경진 씨(30·가명)는 지난 8월 카페를 내놓고 뒤늦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사업을 하면서 삶의 밑거름이 된 경험들이 입사지원서에는 스펙 한 줄도 되지 않아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창업 관련 각종 지원이 많아져 예전보다 창업이 쉬워진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준비를 소홀히 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므로 보다 철저한 준비와 리스크 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청년들을 끌어당겨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산업기술인력 수급 현황'에 따르면 근로자 299명 이하 중소 규모 기업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이 3.1%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경영에 필요한 인원의 97%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500명 이상 대규모 기업의 부족률 0.4%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윤 교수는 "취업을 꺼려하는 청년들에게 회사의 비전과 입사 후 성장 기회를 홍보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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