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우리동네 먼저" 지자체 이기주의 기승

원호섭 2021. 11. 26.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체 소비로 시장교란 우려
경기도 안산시와 전라북도 익산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생산업체와 손잡고 요소수를 직접 확보해 지역 주민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소수 생산업체들이 지자체에 먼저 물량을 공급하면서 정작 요소수가 필요한 지역에서는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요소수 생산량이 조금씩 정상화되고 있는만큼 유통을 시장에 다시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으로 요소수를 판매하는 전국 111개 주유소 가운데 50곳에서 요소수 재고량이 200ℓ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1000ℓ 이상 보유한 곳은 52곳으로 절반 가량에 불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공개한 전국 중점유통 주유소의 차량용 요소수 동향(전날 오후 6시 기준)도 비슷했다. 전국 131개 주유소 중 200ℓ 미만인 곳은 33개, 판매불가인 곳은 20개로 집계됐다. 1000ℓ 이상인 곳은 40개였다. 정부는 요소수 공급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유 중 하나로 지자체의 '입도선매'를 꼽는다.

안산시와 익산시를 비롯해 충남 예산군·논산시, 경기 여주시, 경북 경주시 등 요소수 생산업체를 보유한 여러 지자체들은 해당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관내 주유소와 지역 등록차량에만 요소수를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사안이 시급했던 만큼 초기에는 지자체 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수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도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거래하던 요소수 생산업체에서 지자체에 먼저 물량을 보내기로 해서 공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한 화물차 트럭운전 차주는 "요소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특정 시에 등록된 화물차는 해당 지역 주유소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며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특정 지역만 요소수 구입이 가능한 정책을 펴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제, 남해 등 일부 지역에서는 요소수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전남 광양·여수 지역의 주유소 역시 요소수 입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차량이 많이 오가는 지역, 건설기계 차량 이동이 많은 곳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요소수 판매 주유소가 형성됐던 만큼 유통과 공급은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매점매석, 가짜 요소수 단속 등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