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산 부부가 번갈아 붓질..마치 한사람 그림같네
獨 작가 공동작품 국내 첫선
남편은 역사서 영감 얻고
아내는 환상세계 담지만
서로 영향주며 작품 닮아가
독일 통일 이후 독자적인 화풍으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신 라이프치히 화파' 대표 주자인 네오 라우흐(61)와 부인 로사 로이(63)의 2018년 협업 작품 '경계'다. 이 부부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전통을 재현해 공동작을 5번가량 만들었다. 라이프치히대학 동문인 두 작가가 펼치는 2인전 '경계에 핀 꽃(Flowers on the border)'이 내년 1월 26일까지 서울 마곡동에 있는 '스페이스K 서울'에서 펼쳐진다. 각자의 작품 12점과 공동작 1점 등 총 25점이다.
공동작이 마치 한 사람 그림처럼 보이는 것은 두 작가 모두 이질적 공간을 배치하거나 현실적 장면에 상상을 더하며 색채 구사력이 뛰어난 구상 작가란 공통점 때문이리라. 또 35년간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맞춰나가는 '길들여지기' 효과일 수도 있다. 전시 제목처럼 두 작가의 경계에서 파생된 꽃 같은 예술을 모아 보여준다.
두 사람은 그림을 그리다가 베를린 장벽 붕괴를 함께 경험했고 독일 통일 후 자본주의 시대에 편입됐다. 신 라이프치히 화파는 화가 막스 베크만은 물론 음악가 바흐, 철학자 니체가 탄생한 교통의 요지 라이프치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통일 이후에도 회화의 순수성을 추구해온 작가군을 뜻한다.
라우흐가 천천히 느리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역사적 파편을 수집하고 통제하는 작업을 선보인다면, 부인 로이는 '도플갱어' 혹은 쌍둥이 같은 여성들을 통해 동화나 환상, 마법 같은 세계를 구조화한다. 로이는 "6세 때 대도시로 이사하며 친한 친구들과 헤어졌던 경험으로 '상상친구'를 그림에 넣게 됐다"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여성들이 좀 더 평등한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빨간 부츠는 독일 속담(Don't wear red shoes)에서 유래한 용감한 여성의 상징이다. 나란히 선 여성들은 '연대'하는 듯싶지만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불안정한 느낌도 준다.
로이는 여성성의 상징인 우유 단백질(카세인)을 그림에 섞는 것도 특징이다. 로이는 "피렌체의 성당 벽화에서 발견한 이 재료 덕에 그림이 빨리 마르고 수채화처럼 투명해 신비로움과 여성성을 표현하기 제격"이라고 했다.
로이는 "각자 스튜디오에서 독립적으로 일하지만 순간적으로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서로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라우흐는 "과거와 달리 이상하게 요즘 내 그림에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자주 등장한다"며 부인의 영향을 간접 시인했다.
부부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로이가 국내 단체전 등에 참여했지만 2인전은 처음이다.
라우흐는 "우리는 소음, 정치적 구호(슬로건) 등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화가는 꿈꾸는 사람이고 그 꿈을 관람객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일종의 '표지판' 역할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수도승처럼 정해진 일정에 맞춰 그림 작업을 이어가, 코로나19도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로이는 "나고 자란 곳에서 신비한 에너지와 영감을 받는다"며 라이프치히에서만 작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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