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바른듯 매끈, 나풀거리기도..첼로에 빠져봐요
30일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스타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연주
첼리스트 문태국(27)이 가야 할 길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와 수준급 아마추어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아버지는 문태국이 꼭 첼리스트가 되길 바랐다. 어린 문태국이 첼로보다 피아노에 더 재미를 붙이자 피아노 연습을 못 하게 할 정도였다. 아버지는 "이 다음에 크면 요요마와 한 무대에 서야 한다"고 했다. 문태국은 "어릴 적에는 피아노를 더 잘 쳤고, 훨씬 좋아했다"고 했다.
이후 첼로에 정진한 문태국은 세계적인 첼리스트들 등용문인 파블로 카살스 국제첼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고, 세계 3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에 오르며 부모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 품은 피아노를 향한 동경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피아노와 2중주는 그에게 좀 더 특별하고 설레는 무대이다.
오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임동혁(37)과 연주를 앞둔 문태국을 지난 24일 서울 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단선율 악기인 첼로를 연주하는 입장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피아니스트예요. 첼로는 피아노를 만나야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지만, 피아노는 혼자서도 오케스트라를 표현할 수 있잖아요."
그는 음악 동료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팬으로서 임동혁을 바라봐왔다. 둘은 이날 연주회에서 베토벤의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 2번,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를 들려준다.
그런 그에게 '임동혁과 둘 중 누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하느냐'는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 "아, 음…. 누가 잘생겼다기보다는 서로 너무 다르게 생겼죠. 동혁 형은 얼굴도 작고 키도 크고 비율이 좋은 거 같아요. 아, 아니에요. 형이 더 잘생겼다고 얘기할게요(웃음)."
문태국은 대체로 성격이 무난하다는 첼리스트 중에서도 성품이 좋은 연주자로 통한다. 반면 임동혁은 까칠한 이미지가 있다. "저한텐 그 까칠함이 솔직하게 느껴지더군요. 형은 신선할 정도로 솔직해요. 그래서 저도 형한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사실 이번에 연주할 멘델스존과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는 피아노 소나타라고 해도 될 정도로 피아노 비중이 높아요. 그래서 차마 피아니스트에게 먼저 이 작품을 하자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은데, 형이 먼저 하자고 얘기해 줘서 고마웠어요."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는 특히 3악장의 아름다운 선율과 매혹적인 화성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는 첼로가 만들어내는 선율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연주할 때 기교적으로도 전혀 어색함이 없어요. 작곡가 본인이 워낙 비르투오소(연주 실력이 뛰어난 대가) 피아니스트이어서 그런지 첼로 소나타인데도 피아노가 굉장히 화려해요. 대신 첼로는 서정적이고 움직임이 절제돼 있죠."
문태국은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따뜻한 음색의 악기라는 첼로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보다 확장해 내길 원한다. "첼로의 고음역대에는 버터를 바른 것 같은 매끈한 소리가 나는 구간이 있어요. 벨벳 같은 소리이기도 하고, 나풀나풀거리는 느낌을 주기도 해요.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악기예요. 첼로는 피아노나 바이올린에 비해 레퍼토리가 제한적이다 보니 악기로서 첼로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현대작품에도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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