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3명씩 학대로 숨지는 아동들..5년간 아동학대 2배 이상 늘었다

유선희 기자 2021. 11. 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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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모씨.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가 숨진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이른바 ‘정인이법’이 통과됐지만, 최근 서울 강동구에서 의붓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은 세 살배기 아동이 사망하는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처럼 학대를 당해 숨진 아동은 한 달 평균 3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와 재학대 발생건수는 최근 5년 사이 곱절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활동이 훨씬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달 반 전쯤 큰 소리가 들렸다”

“만 세 살 정도면 말을 좀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이 말소리도 안 들리고 늘 조용했어요. 그러다가 지난달 초 주말에 점심 때쯤 쿵 소리가 나고 문을 여러번 여닫는 소리가 나면서 아이가 크게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큰 소리가 나는 일은 없었어요.”

의붓어머니 이모씨(33)에 의해 아들 오모군(3)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이웃 주민 A씨(35)는 26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사건 당일인 20일에도 집에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당일에는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학대로 아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바로 옆집인데 제가 무관심했던건 아닌지, (큰 소리를 들었던) 10월에 신고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어 마음이 정말 무거웠다”고 했다. 인근에 사는 또 다른 주민은 “아동학대 사건이 바로 우리 동네에서 일어났다고 하니 너무 놀랐고 또 안타깝다”며 “이웃들도 신경을 쓰지만 확실하지 않은 경우 개입하기에 조심스럽지 않나. 지자체가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급증하는 아동학대…“사후 처벌보다 발굴에 관심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모두 43명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3.6명꼴로 2019년에도 42명의 아동이 학대로 숨졌다. 지난해 아동학대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29명은 만 3세 미만이었다.

아동학대 발생 자체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2015년 1만1715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2회 이상의 학대가 인정된 재학대 건수도 1591건에서 3671건으로 증가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신고가 많아지고 수사기관 등의 관심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아동들이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인이 사건’ 이후 처벌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회에서는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는 등 아동학대 관련 법률 제·개정안 38개가 발의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2월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처벌 수위 상향만으로는 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각지대에서의 ‘사전 발굴’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연 1회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번 서울 강동구 학대 사건으로 숨진 오군의 경우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지가 달라 실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는 “빈곤이나 질병, 한부모 가정 등 위기가정으로 분류되면 연령대와 관계없이 모두 전수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는데, 오군은 여기에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지난해 학대로 숨진 아동 중 70%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만 3세 미만인데, 공공에서 직접 방문해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진행할 경우 검진 내에 아동학대 관련 항목을 반영해 확인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아동학대는 처벌만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좋은 부모, 보호자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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