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적금 금리 최고 4%대..증시에서 은행으로 머니무브?
[경향신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자마자 우리·하나·KB국민·신한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일부 예적금 신규상품 금리를 최고 4% 초반대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보통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빨라야 3~4일 지난 뒤 나오던 발표가 이번에는 불과 하루 만으로 앞당겨졌다.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만 가파르게 올려 예대마진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 여론이 거센데다, 금융당국도 수신금리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26일부터 19개 정기예금과 28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올렸다. ‘우리 으쓱(ESG) 적금’ 금리는 최고 1.65%에서 2.05%로 0.4%포인트 인상됐다. 하나은행도 이날부터 ‘주거래하나’ 월복리적금 등 적립식예금 5종에 대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여행적금 금리는 26일부터 최고 2.30%에서 2.70%로 올랐다.
KB국민은행은 29일부터 17개 정기예금·시장성예금, KB두근두근여행적금 등 26개 적립식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고 0.4%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29일부터 36가지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린다. 이에 따라 ‘안녕, 반가워 적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연 4.2%로, ‘신한 알.쏠 적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연 2.6%로 높아진다.
다음주 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NH농협은행도 최고 0.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은 2% 후반대에서 4% 초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 및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고객들의 예적금 금리도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적금 금리 인상폭인 0.25~0.40%포인트는 기준금리 인상폭(0.25%포인트)과 동일하거나 더 크다. 시장 논리로만 보면 대출규제로 은행들은 자금조달 필요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그 재원이 되는 수신상품 금리를 기준금리 인상폭 이상으로 올릴 이유가 적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대출금리는 치솟는데 예금금리 인상은 더디다는 여론이 많다보니 예대마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수신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자금 조달비용도 오르기 때문에 향후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 대출자금의 약 70%는 고객들의 예적금에서 나오는 터라,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 움직인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전체 예적금 상품 중에서 비중이 낮은 상품 위주로 기준금리 인상분 이상의 금리를 먼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예적금 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적 코로나19 재확산 및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기존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서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3.83포인트(1.47%) 내린 2936.44에 마감하며 나흘 연속 하락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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