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일본 키트, 델타변이 못잡아내".. K방역 밀리자 또 음모론

김자아 기자 2021. 11. 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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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한국산 진단키트 없는 일본, 델타변이 못 잡아내"
전문가들 "일본이 바보냐, 무책임한 소리" "친문의 자기 위로"
방송인 김어준씨/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씨가 최근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가 급감한 것을 두고 ‘진단키트 부실설’을 제기했다. ‘일본이 한국산 진단키트를 수입하지 않은 탓에, 델타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확진자가 급감한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강해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최대 업적으로 자평해온 이른바 ‘K방역’이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과 비교해 실패인 것으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대응논리를 엉터리로 급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어준 “日, 델타변이 못잡아 낸다는 가설, 굉장히 합리적”

김씨는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일본은 우리나라 진단키트를 수입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일본 진단키트로는 델타변이를 잡아낼 수 없다는 가설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일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9월부터 확진자수가 급격하게 줄더니 10월에는 1000명 아래로, 11월 들어선 100명 밑으로 급감했다. 아직까지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에서 무증상 및 경증 환자의 경우 검사에 약 2만엔(약 20만원)의 검사비용이 들어가는 점, 즉 이 때문에 검사 절대량이 줄어든 영향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통계로 드러나지 않은 무증상 및 경증 환자들의 자연면역 획득, 높은 10대 코로나 백신 접종률, 상대적으로 항체가 오래 유지되는 mRNA 계열 백신(화이자·모더나) 위주 백신 접종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김씨는 다양한 원인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언론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진단키트 부실설’이 설득력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의 진단키트가 전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우세종인 델타변이를 잡아내지 못해 확진자가 급감한 것처럼 보인다는 김씨의 가설이다.

김씨는 “전문가로부터 들었는데 굉장히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단히 일리가 있다”며 “하도 일본에서 바이러스가 사멸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가 나와서 얘기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델타변이가 우세종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델타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가 심해서 미 FDA(식품의약국)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검출 부위로 선택한 PCR(유전자증폭) 진단키트는 델타변이를 검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델타변이는 최소 세 군데 이상 부위를 검출해야 델타변이를 알 수 있는데, 대부분 이 검출 방식은 우리나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진단키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대비 확진률도 20%대에서 0%대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말도 안된다” “일본이 바보인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본은 기초과학이 상당히 발달된 나라”라며 “델타 변이를 잡아낼 수 없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는 건 과학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김씨 주장에 대해 “근거없는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바이러스 변이 여부는 확진 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스파이크 단백질 내 변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진단키트로 변이 바이러스 종류를 절대 파악할 수 없고,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가 검출될 수 있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고 했다.

특히 최 교수는 일본이 한국산 진단키트를 쓰지 않는다는 김어준씨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일본에서 우리나라 진단키트를 수입하고 있는 게 팩트다. 다만 정부나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다”며 “정부 주도 검사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안 쓸 뿐이지 미국 등 다른 나라 제품은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전제로 거친 발언을 낸 전문가들도 많았다. 한 의대 교수는 “일본을 한순간에 글로벌 핫바지, 전세계 바보로 만들었다”며 “김씨 발언이 너무 황당한 소리라서 눈을 의심했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병원장은 “일본이 확진자 수치를 조작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조작 하려면 올림픽을 앞두고 하지 다 끝나고 이제와서 왜 하겠느냐”며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선동해온 친문들 입장에선, 그런 엉터리 논리로라도 자기 위로를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김씨는 자신의 주장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 주장이 확산하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이덕희 경북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브런치를 통해 “일본은 처음부터 국가가 나서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자연 감염을 막지 않았다”며 일본의 확진자 급감 원인이 자연감염 확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교수는 “아직도 PCR 검사를 안해서 그렇다,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다 등 어설픈 설명이 환영받는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가 더 잘한다는 환상을 붙잡고 있어야만 위로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전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여러 포털사이트 뉴스페이지 메인을 장식했다. 김씨는 같은 날 블룸버그가 선정해 발표한 코로나 방역 MVP에서 한국이 언급됐는데, 이 뉴스는 포털에서 보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포털 AI(인공지능)가 왜 이 기사를 선택했을까. 우리 방역이 실패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김씨는 대선 부정선거론부터 세월호 등과 관련해 수많은 음모론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가 들여오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FDA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회사라 FDA 승인을 늦추는데 화이자, 모더나 같은 미국 회사가 힘을 쓴 측면도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럴 때마다 김씨는 “소설 써보겠다” “합리적 추론” 등의 발언을 하며 자신의 음모론을 펼쳤고, 이번 주장은 “가설”이라고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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