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등교 재개 첫 주..학교는 북적, 학생·학부모는 불안

이호준 기자 2021. 11. 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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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수도권에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전면등교가 시작된 22일 서울 서대문구 안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군(3학년)은 전면등교 첫날부터 친구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지면 지난 일주일 내내 학교를 가지 못했다. 곧바로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를 받았지만, 보건소에서 일주일 뒤 한 번 더 검사를 한 뒤에 등교할 수 있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A군의 아버지는 “아내와 부랴부랴 이틀씩 연차를 냈다”면서도 “친구가 확진된 뒤에도 학교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와서 학교에 다시 보내도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전면등교가 재개되면서 방역·교육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백신 접종완료율이 낮은 학생들의 감염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다.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릴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 결정도 당초 계획했던 시일보다 늦춰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6일 서울시교육청의 학생 코로나19 자료를 보면 서울 초·중·고 학생 82만4400명 가운데 지난 24일 기준 등교 학생은 72만3527명으로 등교율은 87.8%에 달했다. 이는 2주 전인 지난 10일 등교율 64.1%에 비해 20%포인트 넘게 증가한 것으로 전면등교 효과가 컸다. 문제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4주차에 접어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40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상황이어서, 전면등교 조치가 자칫 대규모 소아·청소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최근 4주간 소아·청소년 10만명당 확진자는 99.7명으로 19세 이상 성인 76명을 크게 웃돌았다. 더 큰 문제는 낮은 백신접종률이다. 최근 2주새 12~17세 코로나19 확진자는 3001명인데 이가운데 98.6%인 2961명이 백신 미접종자였다. 대학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백신접종을 완료한 고3 학생들의 경우 10만명당 확진자 발생률이 2.3명에 불과한 반면, 백신접종 완료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12~15세 청소년의 경우 9.1명으로 4배 가까이 높다.

지난 25일 교육부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소아·청소년 의학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집단은 접종률이 낮아 유행 차단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감염이 쉽게 확산될 수 있다”면서 “특히, 소아·청소년은 무증상 감염이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가정 및 또래집단 등에서 감염이 상당히 확산된 이후에 발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언제라도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설명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직장맘 B씨는 “직장 내 확진자의 밀접접촉자와 같은 공간에 머물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주변에 얘기했더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되느냐고 묻길래 그냥 조퇴를 시켰다”고 말했다. 2년 만의 전면등교로 학교 현장도 아직 완벽하게 정리되지 못한 모습이다. 전면등교 이후 순차·시차 등교·급식이 없어지면서 급식실 내 띄어앉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거나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일부 학교에서 자가격리자 등 결원이 발생해도 학생들의 등원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혼란도 보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7세 미만 청소년의 백신접종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에 대한 정부의 결정까지 늦어지면서 자칫 시기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의 중학교 담임 교사는 “학교 방역은 사실상 소독과 환기 작업이 전부”라면서 “언제까지 급식실에서 ‘말하지 말고 밥먹으라’는 얘기만 반복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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