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출신 새 인터폴 총재, 고문 등 인권탄압 연루 논란
[경향신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신임 총재와 집행위원에 인권탄압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선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폴은 2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89차 인터폴 총회에서 3차 투표를 실시한 끝에 아흐메드 나세르 알라이시 아랍에미리트(UAE) 내무부 감찰관을 새 총재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김종양 총재에 이어 이날 임기를 시작한 알라이시 총재는 앞으로 4년간 인터폴을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알라이시 총재가 감찰관으로 지낸 지난 7년간 UAE에서 반체제 인사에 대한 강제 구금과 고문이 자행됐다며 그의 취임에 강력 반대했다. 중동지역 인권단체 걸프인권센터(GCHR)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2017년 국가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된 UAE 인권운동가 아흐메드 만수르가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당국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영국인 알리 이사 아흐메드는 UAE 앙숙 카타르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아시안컵을 보러간 직후 체포됐고, 체포 당시 전기고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앞서 인권단체들과 유럽 정치인들은 알라이시가 인터폴 총재 물망에 오를 때부터 우려를 표해왔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19개 국제 인권단체는 지난해 10월 알라이시의 선출 가능성이 커지자 그의 당선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유럽의회 의원 3명도 지난 11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알라이시가 당선되면 인터폴의 평판이 훼손되고 조직이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알라이시 총재는 UAE 수사당국 고문 피해자와 인권단체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아흐메드를 포함해 UAE 감옥에서 고문을 당한 두명의 영국인은 최근 인터폴 투표가 이뤄진 터키의 검찰에 알라이시 총재에 대해 형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GCHR도 지난 6월 만수르의 불법 체포 및 고문 등 혐의로 알라이시 총재에 대한 고소장을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의 파리 검찰청에 제출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알라이시가 터키,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에서 형사고소를 당했다고 전했다.
알라이시 총재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인권탄압 의혹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UAE 외무·국제협력부는 “알라이시는 경찰이 사람을 학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입장을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한편 이날 인터폴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후빈천(胡彬) 중국 공안부 국제협력국 부국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후 부국장이 다른 여러 나라와 협조를 강화해 각국에 망명한 위구르인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20개국 대중 강경파 의원 모임인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후 부국장이 집행위원이 되면 “해외에 도피한 중국 반체제인사들은 물론 홍콩과 위구르, 티베트, 대만 등지의 반중 인사 수십만 명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IPAC는 특히 중국이 인터폴 적색 수배령을 상습 남용해 해외 망명자를 체포해왔다고 주장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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