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수감사절 유래는 날조된 허구"

우어진 2021. 11. 26. 14: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명절 뒤에 숨어있는 원주민 탄압의 역사

“축하할 수만 없다”… 학계 등에서 자성의 목소리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로 현재 미국에선 연휴가 한창이다.  추수감사절은 성탄절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미국 명절 중 하나로,  한국의 추석연휴처럼 가족친지를 만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대이동’이 이뤄지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연휴기간은 쇼핑 대목이자 다양한 행사가 있는 축제와도 같은 기간이다.

추수감사절은 162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플리머스(Plymouth)에서 영국 청교도 개척민들이 원주민들과 함께 처음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왔는데, 최근 이 명절의 유래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플리머스에서의 첫 번째 추수감사절, Jennie Augusta Brownscombe 1914년 작품 ⓒ위키미디어 커먼스

추수감사절의 기원으로 알려진 장면은 미국 교과서와 어린이용 책 등 곳곳에 여러 삽화로 묘사돼 있다.  개척민들이 미국 원주민들과 함께, 무사히 추수를 마친 것에 감사하고자 정답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걸로 알려진 장면이다.  

이 날의 화합과 먹거리를 선사한 신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매년 추수감사절을 기리게 됐다는 것이 많은 미국인들이 어려서부터 들어온 추수감사절의 유래이다. 

그러나 수백년 동안 미국인들이 정설처럼 믿어온 첫 추수감사절의 모습은 진실을 왜곡한 날조라는 지적이 오래 있어왔고, 최근에는 학계 등에서의 연구를 통해 이날의 실상이 뭔지 입증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역사학과의 데이비드 실버맨 (David Silverman) 교수는 최근 추수감사절의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는 책을 내고, 첫 추수감사절로 알려진 날, 사실은 당시 플리머스 지역을 다스리던 왐파노에그(Wampanoag) 원주민들과 영국 개척민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정치적 회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첫 추수감사절을 묘사한 삽화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실제 그날 회동에는 원주민 남자 전사들만 있었고 서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날선 대치를 벌였다고 실버맨 교수는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동 이후로 원주민과 개척민 관계가 악화했고 개척민들이 원주민을 학살하고 노예로 팔아버린 사실은 역사로 입증돼있다.

“모두들 명절 즐기는데... 원주민에겐 아픈 트라우마”

실버맨 교수는 당시 회동에 참석했던 왐파노에그 원주민의 후손들을 인터뷰해 책을 썼는데, 후손들은 아직도 추수감사절이 돌아올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현존하는 왐파노에그 원주민을 포함해 여러 원주민 후손에게 추수감사절은 가족, 언어, 땅, 문화를 박탈당한 시작점이기에 축제의 날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실버맨 교수는 이처럼 왜곡된 첫 추수감사절 이야기가 수백년 동안 진실이자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미국 원주민들에게 트라우마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거짓된 첫 추수감사절 이야기는 누가 꾸며낸 것일까. 1769년 플리머스 지역 개척민들이 이 지역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허구를 만들어 곳곳에 퍼뜨렸다는게 유력한 설 중 하나이다. 마치 원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미국 땅을 개척민들에게 양도한 것처럼 위장하고 이를 통해 플리머스 지역의 평화와 정통성을 인정받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땅은 개척민들이 오기 전 수천년에 걸쳐 원주민이 가꾸어온 땅인데, 성공적 추수와 풍족한 음식을 두고 신에게 감사를 올린다는 것도 이같은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시선을 종교적인 것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인류학, 환경학, 역사학계 등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오바마 미 전 대통령이 조셉 메디슨 크로우에게 원주민 문화 보존에 대한 공로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수감사절 유래, 학교에서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이튿날을 '미국 원주민 역사의 날'로 지정한 것은 기념비적이다.

올해 메릴랜드대, 워싱턴 주립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 미국의 일부 대학교들도 추수감사절의 진실을 알아보자는 의미의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의 진행자였던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피터 맨칼 (Peter C. Mancall) 교수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역사적 증거들을 보고 자신들만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주 덴버의 윌로우 초등학교도 가정통신문에 ‘원주민들의 역사를 생각하는 추수감사절을 보내자. 우리 학교는 추수감사절의 기원과 관련된 오류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적었다.  

가정통신문을 직접 작성한 이 학교 교장 에이미 가일(Amy Gile) 박사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는 앞으로도 추수감사절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에 입각해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이다. 추수감사절을 지키지 말자는게 아니라 단지 이 명절과 관련해 대화의 폭을 넒히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 = 우어진 글로벌 리포터 wj0733@naver.com

■ 필자 소개

현직 교사

교육 평가 및 교육 연구 전공

☞ EBS 글로벌 리포터 지원하기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