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자유 보장 목소리에 귀 닫은 정부..주말 도심 충돌 우려

반기웅 기자 2021. 11. 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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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비정규직 공동행동이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비정규직 결의대회 및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한 11월 12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를 경찰들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속에서도 정부가 집회 제한 방침을 고수하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찰도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이 우려된다.

중앙안전대책본부 지침에 따르면 현재 집회·행사에는 최대 99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접종완료자와 PCR검사 음성확인자, 18세 이하 등만 참여할 땐 499명까지 가능하다. 반면 야구장과 축구장에는 관중 수만명이 모일 수 있도록 방역을 완화했다. 실내공연장에도 관객 3000여명이 모이는 것을 허용했다.

오는 27일 11·27 총궐기 집회를 예고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장에 2만9000명, 축구장에 3만100명, 실내 공연장에 3000여명이 모이는 데 집회만 유독 499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가”라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지만, 집회의 권리만큼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민주노총 ‘11·13 전국노동자대회’ 등의 집회에 대한 서울시의 집회금지 통보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강경 일변도인 경찰의 집회 대응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4일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이후 경찰이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한 사법조치라는 일관된 태도로 사실상 대부분의 집회를 금지해왔다”며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를 적극 보장하라”는 의견을 냈다. 특히 집회를 막기 위한 차벽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집회·시위에 대한 정부 방침은 여전히 강경하다. 서울시는 공공운수노조의 11·27 총궐기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를 통고했다. 경찰도 차벽 설치 등 기존 대응 방식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집회에 대한 대응 기조는 명확하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가는 것”이라며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집회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역 지침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응 방침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차벽 없이는 1만명씩 모이는 집회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지침상 원칙적으로 집회에 차벽을 치지 않는다고 돼 있지만 예외를 둔 상황도 있다. 감염병 상황인 지금이 바로 그 예외적 위급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 공공운수노조 총궐기와 탄핵반발단체 시위 등 서울 도심 곳곳에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25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면서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7일 공공운수노조 총궐기를 시작으로, 28일 청년노동자 행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전국농민대회와 전국빈민대회, 내년 1월에는 민중 총궐기 투쟁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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