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인플레이션에 우려에도 '성장주' 쓸어담는 美 개미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성장주로 평가받는 기술주들을 쓸어 담고 있다.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성장주에 ‘나쁜 소식’임에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개미(개인투자자)들을 형상화한 이미지 컷. /일러스트=정다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 시각)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폭발적인 가격 상승을 경험한 성장주에 계속해서 몰두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분석 회사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11월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 회사 AMD와 엔비디아 등이었다. 일례로 지난 한 달 동안 AMD와 엔비디아는 각각 28% 이상 치솟았다.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고 알려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2.1%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은 일반적인 투자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보통 기술주들은 금리가 낮을 때 인기가 많아서다. 대개 저금리 시기에는 높은 이익을 얻을 방법이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싸더라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기술주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으로 ‘제로 금리’ 시대가 열리며 기술주들이 급등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2%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심화로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기술주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WSJ는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 밈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을 급등시켰던 사례를 들며, 이들 중 상당수가 ‘모멘텀 투자’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멘텀 투자란 시장 심리나 분위기에 따라 추격 매매하는 전략을 말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역량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전통적 방식과 상반된다.

비라즈 파텔 반다리서치 글로벌거시전략가는 “우리가 지난 12∼18개월간 배운 교훈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기업공개(IPO), 재정 부양, 그 밖의 미시적 이벤트가 개인 투자자들의 행동에 더 큰 요인이라는 것”이라고 WSJ에 설명했다.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기술주를 팔고 가치주를 매입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11월 4∼17일 투자자들은 미국의 기술주 중심 뮤추얼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20억 달러(약 2조3846억원) 이상의 돈을 뺐다. 2주 단위로는 2019년 1월 이후 최다 유출이다.

WSJ는 기관 투자자들은 기술주 대신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는 소비재, 의료, 유틸리티 등의 가치주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불확실성이 높을 때 적절한 방어적 투자 전략으로, 가치주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로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기술주보다 주가 변동이 완만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평가받는다.

한편 WSJ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아직까지 많은 전문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펀드매니저의 10명 중 6명(약 61%)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WSJ는 전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의 이 같은 전략 차이는 올해 금융 시장에서 일어난 가장 최근의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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