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폭증에 '병상 마비' 의료 붕괴 온다.. 전문가들 "체육관 등 임시병상 시급"

최효정 기자 2021. 11. 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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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중증 600명대.. 서울 대형병원 병상 바닥
병상 대기도 급증.. 기다리다 악화
전문가들 "거리두기 안하면 의료붕괴 온다" 경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폭발하면서 위중증 환자가 사상 최다치를 기록하자 전국 각지에서 병상 부족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돌파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중증환자 치료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응급의료기관은 포화상태다. 이때문에 위중증 환자가 병상 대기 상태에서 병증이 더 악화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 확보에 나섰지만, 의료계에서는 체육관 등을 활용한 임시 병상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방역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만이라도 거리두기 시행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코로나 확산세를 잠재우기 위해선 거리두기를 통한 이동량 감소가 필수라는 것이다. 사적 모임이 잦은 연말을 앞두고 ‘위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붕괴’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의 이동형 음압 병실. /연합뉴스

◇위중증 600명대… 서울 잔여병상 바닥났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전일대비 5명 늘어난 61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4일 586명을 기록한 이해 3일 연속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확보는 임계치를 넘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4.5%로(695개 중 587개 사용) 전일대비 0.6%포인트(p)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345개 중환자 병상 중 298개를 사용하고 있어 남은 중환자 병상이 47개밖에 되지 않는다. 가동률은 86.4%로 높아졌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83.5%(79개 중 66개 사용), 82.3%(271개 중 223개 사용)으로 집계됐다. 전국 중환자 병상은 1135개 중 826개를 사용해 가동률 72.8%를 기록했다. 전일(71.5%)보다 1.3%p 상승했다.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5곳의 잔여 병상이 모두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37개 중환자 병상 가운데 1개의 병상만이 남아 있다. 서울성모병원(전체 20개)과 삼성서울병원(31개)은 전체 중환자 병상 가운데 2개 병상만 비어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41개 병상 가운데 37개를 이용하고 있으며, 서울대 병원은 38개 중 32개 병상이 사용 중이다.

지난 24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응급이송 마비… 병상 대기하다 사망

병상 포화가 지속되면서 병상 대기자수도 연일 최다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병상 대기자수는 26일 0시 기준 1310명으로 나타났다. 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당시 ‘0명’이던 수도권 병상 배정 대기자 수는 날마다 늘어 1000명을 넘고 최다치를 기록했다. 전날 수도권 병상 대기자 수는 940명으로 가장 많은 수치였는데, 하루 만에 370명이나 늘면서 다시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상 대기 기간에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들이 많고, 돌파감염 속출로 고령 환자들이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 결국 응급입원 수요가 다시금 늘어나고 병상 부족 현상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 환자 폭증에 따른 여파로 여타 응급환자 이송도 마비된 상태다. 서울대 병원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응급환자 이송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119 상황실에 보냈다. 의료진과 병상 부족으로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 응급 환자들이 입원을 제때 하지 못해 헤매다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대학병원 응급실 이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당장 뇌출혈이 온 환자도 입원이 거부되고 있고, 코로나 중증 환자도 상태가 매우 안좋은데도 병상 대기 상황이라 직접 입원 소개서까지 작성해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체육관 임시병상 구축… 거리두기 안한다면 ‘의료 붕괴’ 올 것”

정부가 준중증병상 확보 행정명령 등 조치로 병상 확보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더이상 확보할 수 있는 병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체육관이나 컨벤션 센터 등을 빌려 임시 병상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도권 만이라도 단계적 일상회복 진행을 잠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말 모임이 많은 시기를 막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붕괴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지금도 의료 붕괴 상태와 마찬가지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병상을 확보하는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가 기계 설치만 한다면 체육관이나 컨벤션 센터에 500명, 1000명 수용이 가능한 임시 병동을 구축할 수 있다”며 “의료진 부족 역시 각 대학병원의 임상교수 등을 차출해 팀을 꾸리고 순환 근무하는 형식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현재 일본의 확진자수 감소도 이동량이 줄어든 결과”라면서 “이동량이 폭증하는 상태에서 거리두기 없이 코로나 확산을 잡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을 모두 자영업자한테 집중하고, 다시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한다. 지금도 이미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고가 빈번한데, 가족이나 자기 자신한테도 들이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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