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테슬라·삼성 사로잡은 '기회의 땅' 美 텍사스의 매력
美 경영전문지 선정 '기업하기 좋은 주' 17년 연속 1위
"세금 비싼 실리콘밸리 시대 막 내린다" 분석도
미국 텍사스주가 실리콘밸리를 위협할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텍사스주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가 전혀 없다. 캘리포니아주가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13.3%, 법인세율(단일세율) 8.84%를 부과하는 것과 비교된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나 뉴욕 맨해튼 등에 비해 집값 등 생활비가 저렴한 것도 이점이다. 텍사스 지역 내에 25개 대학이 있으며 노동인구의 47%가 대졸자라는 점도 기업들 입장에선 매력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텍사스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지난달 텍사스 오스틴에 건설중인 공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까지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제2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설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첫번째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오스틴에 이어 두 번째 공장 부지도 텍사스로 낙점한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거주지를 20여년 살던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지난해 연말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밝혀 화제가 됐다. 당시 머스크는 텍사스에 스페이스X 생산시설이 있고 새로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테슬라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본사는 여전히 캘리포니아에 있지만 앞으로 텍사스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을 트위터에서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업체인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이미 텍사스 휴스턴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도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다. 벤처캐피털 기업인 8VC와 소프트웨어 기업 퀘스천프로 등도 오스틴행을 결정했다. 애플·구글·아마존 등 거대 IT 공룡들도 주요 시설을 텍사스에 세우거나 확장하고 있다.
텍사스는 경영전문지 ‘치프 이그제큐티브 매거진’이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최악의 주(Best and Worst States for Business)’순위에서 올해까지 17년 연속 ‘최상의 주’ 1위를 차지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은 것은 각 주의 비즈니스 환경과 인력, 삶의 질 등이다. 특히 비즈니스 환경 중에서는 조세정책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해 “텍사스 만큼 기업들의 대규모 신사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는 거의 없다”며 “삼성전자가 다른 후보지였던 뉴욕이나 애리조나 대신 텍사스를 선택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24일 전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미국 제2 파운드리 생산시설 후보지로 뉴욕과 애리조나, 텍사스 등 3곳을 후보지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에 주요 사업장을 마련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난 것은 생활비와 법인세 관련 이점 외에 다른 주와 확연히 차별화되는 유치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테일러시에 짓는 공장 부지에 대해 1~10년은 재산세의 92.5%, 11~20년은 90%, 21~30년은 8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제공받기로 했다. 부지에 건설되는 부동산에 대해선 10년간 세금의 92.5% 면제도 약속받았다.
이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텍사스주가 얻는 것은 ‘고용효과’다. 삼성전자 제2공장 유치로 소규모 도시인 테일러시는 2000명 이상 고용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의 대체지 떠오른 텍사스의 중심은 주도인 오스틴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오라클 미국 반도체 업체 AMD와 PC 제조사 델(Dell)과 같은 업계 선두주자들이 위치한 오스틴은 실리콘밸리를 대체할 실리콘힐스(Sillicon Hills)로 떠오르고 있다. 실리콘힐스는 첨단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오스틴 서부 구릉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스틴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팔란티어 창업자 조 론스데일이 만든 벤처캐피탈 회사 8VC와 로펌용 기록 관리 소프트웨어(SW) 업체 파일트레일(FileTrail), 온라인 설문조사 SW 회사 퀘스천프로(QuestionPro) 등이 지난해 본사를 오스틴으로 이전했다. 웹 기반 파일공유 소프트웨어 개발사 드롭박스 CEO인 드류 휴스턴도 오스턴에 집을 구매했으며 거기서 평생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미국 최대 경제도시 역할을 했던 캘리포니아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8~2020년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본사를 옮긴 기업은 84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실리콘밸리를 떠나 ‘실리콘힐스’로 불리는 텍사스주 오스틴을 선택했다. 캘리포니아주의 과도한 세금 정책과 관료주의적 행정처리가 기업들을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캘리포니아의 비싼 주거비와 최고 수준의 세금, 과도한 관료주의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텍사스로 이주하는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텍사스와 마찬가지로 개인소득세가 없는 플로리다를 선택하는 업계 거물도 늘고 있다. 벤처캐피탈 회사 블룸버그 캐피탈을 만든 데이비드 블룸버그와 전직 페이팔 임원인 키스 라보이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애미로 거주지를 옮겼고 이미지 판매사 셔터스톡 창업자 존 오린저는 지난해 마이애미 해변에 4200만 달러(약 500억8000억원) 상당의 고급 주택을 구입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설립자 알렉시스 오헤니언은 이달 트위터에 7년 전에 거주지를 샌프란시스코에서 플로리다로 옮겼다고 밝히면서 “사람들은 거기서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냐며 충격을 받았지만 내 사업은 잘 됐고 지금은 마이애미로 향하는 실리콘밸리 임원들의 기사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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