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역인 닮은 토우·낙타 모양 토기, 고대 한반도 '문화적 개방성' 엿봐

오남석 기자 2021. 11. 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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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한반도는 여러 문화의 교류와 혼종(混種)이 이뤄지는 장이었습니다. 많은 유물은 다양한 문화가 만나고 스며들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 24일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전시 유물을 통해 우리 문화가 새로운 요소를 어떻게 수용하고 소화해서 토착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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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 동유럽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보검(왼쪽 두 번째) 등 외래계 고대 유물이 전시돼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 국립경주박물관 ‘다름이 만든 다양성’ 특별전

지중해 추정 작품 등 253점

황금보검 등 문화재도 전시

“다양한 문화의 교류와 혼종”

경주 = 오남석 기자

“고대 한반도는 여러 문화의 교류와 혼종(混種)이 이뤄지는 장이었습니다. 많은 유물은 다양한 문화가 만나고 스며들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지난 24일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 이날 개막한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 특별전 기획자인 이동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다양성과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사를 따라 전시실로 들어서자 입구부터 낯설고 이국적인 유물들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터번을 쓰고 매부리코에 곱슬 수염을 한 대형 석상 두 점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서역인의 모습을 한 원성왕릉(괘릉) 무인석의 복제품이다. 높이 2.5m가 넘는 석상을 옮겨 올 수 없어 복제해 놨을 뿐, 나머지 전시품은 모두 진품이다.

경주 월성에서 출토된 서역인을 닮은 토우(흙인형)와 창원 현동에서 발굴된 낙타 모양 토기, 평양 석암리에서 나온 대모(바다거북 등껍데기) 장신구, 김해 양동리의 목걸이, 사천 늑도에서 나온 일본 야요이(彌生)계 토기, 천안 용원리에서 나온 중국제 계수호(鷄首壺·닭머리 모양 주둥이 항아리)…. 총 172건 253점의 전시품은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 멀게는 동부 지중해 문화가 이미 고대 시대에 한반도에 전해졌음을 보여준다.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유물 가운데에는 경주 황남대총 남쪽 무덤에서 나온 금목걸이와 경주 계림로 14호분 황금보검 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8건도 포함됐다. 황남대총 출토 유물 중 보물로 지정된 푸른색 유리병과 유리잔은 지중해 동부 팔레스타인이나 시리아에서 제작돼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계림로 14호분에서 나온 황금보검은 황금으로 된 칼집과 손잡이, S자형·네모형·사다리꼴·나뭇잎·바람개비 등 다양한 윤곽 속에 석류석과 유리질을 녹여 넣은 장식이 인상적이다. 금속 성분과 모양으로 미뤄 동로마제국 또는 동로마제국의 영향을 받은 동유럽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전시 유물을 통해 우리 문화가 새로운 요소를 어떻게 수용하고 소화해서 토착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박물관은 신라미술관 2층에 있던 황룡사실을 개편해 새롭게 조성한 ‘불교사원실’도 이날 공개했다. 삼국유사는 신라 경주에 대해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섰다(寺寺星張 塔塔雁行)”고 기록하고 있다. 기와, 전돌(벽돌), 사리장엄구(탑에 사리를 봉안할 때 쓰는 용기와 물품), 불상, 탑 장식 등 530여 점의 전시품이 당시의 찬란했던 불교문화를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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