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잇속만 챙기는 '꾼'들의 세상.. 정치판에 대한 신랄한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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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건 많은 사람에게, 나은 삶을 주기 위한 것일 텐데.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때로 저들의 목적이 사람을 상처 입히고 못살게 구는 데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극단적 의심도 든다.
또, 놀랍게도 각료회의에서 만난 정무장관·내무장관 등의 몸속에 그와 같은 존재들이 들어가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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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 이언 매큐언 지음 │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정치라는 건 많은 사람에게, 나은 삶을 주기 위한 것일 텐데. 종종 결과는 그 반대다. 솔직해져 볼까.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때로 저들의 목적이 사람을 상처 입히고 못살게 구는 데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극단적 의심도 든다. 실소라도 필요한 세상이니, 이런 상상도 해본다. 혹시 정치인들은 지구를 교란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다른 생명체가 아닐까. 예를 들자면, 사람으로 변신한 바퀴벌레 종족이라던가….
‘바퀴벌레’는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사태를 둘러싼 영국의 포퓰리즘 정치를 목도한 후 쓴 소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 내에선 EU 탈퇴 여론이 높아졌다. 보수당은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결국 투표 후 탈퇴가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2명의 총리가 연이어 사퇴했다. 이에 대해 “엄청나게 절망했다”고 밝힌 바 있는 매큐언은, 뭐라도 해야 했다. “작가로서 현시대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응답이 유머와 풍자라고 느꼈다.” 여론까지 바꿀 순 없어도, 사람들의 기분을 조금은 나아지게 할 순 있으니까. 실제로 그 자신도 ‘바퀴벌레’를 쓰며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한다.
바퀴벌레 짐 샘스가 거대 생물체, 그것도 시야가 매우 좁고 다리가 4개뿐인 인간(게다가 영국 총리!)으로 변신하며 시작하는 소설은 언뜻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킨다. 인간의 머리는 말도 못하게 무겁고, 다리 2개로 계단을 오르니 숨도 차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간사를 오래 훔쳐 본 바퀴벌레 샘스는 우스꽝스러운 정치판에 금세 익숙해진다. 또, 놀랍게도 각료회의에서 만난 정무장관·내무장관 등의 몸속에 그와 같은 존재들이 들어가 있던 것이다. 매큐언은 브렉시트 찬성파를 역방향주의자로, 그 반대파를 시계방향주의자에 비유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람이 된 바퀴벌레들의 목적은 하나다. 자신들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 역방향주의라는 ‘광기’를 부추겨, 대중을 가난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종족을 번성케 하는 것.
책은 브렉시트에 대한 우화 그 이상이다. 매큐언은 이 풍자소설을 통해 자국의 정치뿐 아니라, 국민을 위한다면서 실상은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데 급급한 ‘꾼’들의 세상, 즉 어느 사회에서나 적용 가능한 정치판의 어리석음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임무를 완수한 바퀴벌레 정치인들이 남긴 말이 뼈 아프다.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들의 욕망은 너무도 빈번히 그들의 지성과 충돌합니다.”
정치의 계절이다. 매큐언식 ‘낯설게 보기’로 의심을 좀 해보면 어떨까. 사람이 더 흉측한가, 바퀴벌레가 더 흉측한가. 128쪽, 1만25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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