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어린이를 향한 공룡의 고백.."실은 나도 널 사랑해"

기자 2021. 11. 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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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많은 어린이가 공룡을 사랑한다.

어린이들이 왜 그토록 공룡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건 운명이야!'는 전작의 유머 감각과 연결되는 작품으로 공룡들이 '너'로 지칭되는 인간 어린이를 사랑하게 된 그간의 숨은 사연을 들려주는 절절한 사랑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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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운명이야! / 밤코 지음 / 위즈덤하우스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왜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어쩐지 사랑의 총량을 감소시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어린이가 공룡을 사랑한다. 마치 운명을 사랑하기로 1억 몇천만 년 전부터 약속돼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달려가는 사랑이며, 흔들림이 없다. 어린이들이 왜 그토록 공룡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밤코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이건 운명”이다.

밤코 작가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논픽션 부문에서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을 받은 ‘모모모모모’를 통해서 한 공기의 따뜻한 쌀밥이 작은 볍씨에서 출발해 어떻게 우리들의 식탁까지 찾아오는지 재치 가득한 그림책으로 보여준 바 있다. 책의 전개를 위해서 필요한 만큼만 그리는 밤코 작가의 그림은 계산된 절제가 아니어서 어린이 독자에게 더욱 친숙하고 편안하다. 그림책은 소리 내어 읽는 책이라는 것을 100% 이해한 리듬감 넘치는 글에 타이포그래피의 조화가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이건 운명이야!’는 전작의 유머 감각과 연결되는 작품으로 공룡들이 ‘너’로 지칭되는 인간 어린이를 사랑하게 된 그간의 숨은 사연을 들려주는 절절한 사랑 고백이다. 어린이 독자는 그동안 자신이 줄기차게 지켜온 공룡에 대한 사랑이 외길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심지어 수억 년을 견뎌온 변함없는 사랑이다.

티라노사우루스와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공룡계의 스타다. 그들이 서로 결혼하고 아기를 얻었는데 알에서 태어난 아기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룡계의 신인류다. 이쯤이면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은 두 공룡이 양육자들 자신이며 화산 폭발로 비유한 장면들은 육아의 신세계를 의미한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세 식구는 꼭 부둥켜안은 채 기나긴 빙하기를 뚫고 지나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빙하기 장면이 없었다면 웃으며 덮었을 책인데 코끝이 찡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게 만든다. 이것이 밤코 작가 서사의 힘이다. 가족의 정의는 핏줄이나 유전적 닮음도 아니고 오직 사랑임을 이야기하는 멋진 작품이다.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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