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석열이 김종인을 잡는 방법

전영기 편집인 2021. 11.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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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김종인을 잡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대통령 후보의 용인술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유권자 입장에서 용인술은 후보의 인간성을 밀도 있게 파악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11월24일 음식점 대좌에서 김종인을 모시는 데 실패한 윤석열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대통령의 자질 중에서 사람 다루는 방식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유권자들은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의 용인술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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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윤석열이 김종인을 잡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대통령 후보의 용인술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유권자 입장에서 용인술은 후보의 인간성을 밀도 있게 파악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예를 들어 대선 사상 가장 적은 표차(39만 표)로 승리했던 김대중의 경우 선거 두 달 전인 1997년 10월의 스산한 밤에 김종필의 신당동 자택을 찾아갔다. 김대중은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소파 대신 거실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김 총재, 나 좀 도와주소"라고 호소했다. 한국 최초의 진보정권 탄생은 이처럼 목표를 위해 원조 보수 정객에게 정성을 다 바친 대선후보의 간절한 인간성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연합뉴스·시사저널

김종인보다 '윤석열의 용인술'에 쏠리는 관심

11월24일 음식점 대좌에서 김종인을 모시는 데 실패한 윤석열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윤석열은 "이제 김종인을 버릴 때"라는 팬들의 뜻을 따를 것인가. "한 사람을 얻기 위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더 많은 땀과 정성을 바칠 것인가. 유권자의 관심은 김종인이 아니라 김종인을 다루는 대선후보의 태도에 쏠려 있다. 대통령의 자질 중에서 사람 다루는 방식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유권자들은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의 용인술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에서뿐 아니라 기업이나 군사에 두루 적용되는 용인술의 으뜸은 "성공을 위해 필요하면 적도 데려다 쓴다"는 것이다. 직업적 속성상 정치인·기업인·장군은 하나라도 같은 점이 있으면 동지로 삼으려 하지만, 학자·법률가·언론인은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몰아붙이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적을 포용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강력한 능력 중 하나다. 비전이 뛰어나고 마음이 열려 있으며 힘과 실력을 갖춘 리더만이 적을 내 사람으로 쓸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끝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을 국무장관으로 앉힌 일화는 유명하다. '왜 그렇게 불편한 내각을 구성했느냐'는 질문에 링컨은 "조국이 매우 위험하다. 능력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당장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을 포용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강력한 능력

윤석열이 김종인에게 마지막까지 정성을 쏟는다 해도 김종인이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후보가 적당히 애를 쓰다가 먼저 손을 놓는 것과 최선을 다했는데 상대방이 뿌리치는 것은 다르다. 유권자는 일의 성패보다 사람을 대하는 후보의 태도를 더 눈여겨본다.

2002년 12월 선거 하루 전날, 노무현 대선후보는 돌발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정몽준을 평창동 자택으로 찾아갔다. 한겨울 북한산 한파를 뚫고 자정 가까운 시간에 언덕길을 오른 노무현은 정몽준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한참을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렸다. 정몽준과의 만남 실패는 노무현에게 패배를 안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표를 까보니 반대였다. 노무현이 간발의 차이로 이회창한테 이겼다(표차 57만 표). 후보 단일화는 실패했지만 이를 수습하기 위해 문전박대까지 당한 노무현의 진심 어린 태도가 보통 유권자의 동정심을 자극한 것이다.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 문재인이나 박근혜의 공격에도 고개를 빳빳이 세웠던 직진형 검사였다. 그런 인간형이 참모 한 명을 얻기 위해 집까지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긴 어렵다. 그러나 법률가와 정치인의 성공 방정식이 다른 것도 엄연하다. 링컨 대통령은 종종 굴종적인 용인술로 미국 통합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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