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피해 유족 "저희 언니는 경찰을 믿었어요.." 울분

김소정 기자 2021. 11. 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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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를 신고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마트워치로 신고까지 했으나 결국 스토커에게 살해됐다. 유족은 “저희 언니는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도 경찰을 믿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 중구 오피스텔 스토킹 살인 피의자 김병찬(35)/연합뉴스, 서울경찰청

피해자 A씨의 막내동생 B씨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저희 언니는 국민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건 이후 경찰이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을 재점검한다고 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라며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B씨는 언니를 살해한 김병찬(35)이 언니의 스마트워치에서 흘러 나온 경찰 목소리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전날에 했던 행동이나 정황들을 봤을 때 무조건 계획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 살인범이 서울에 올라와서 흉기랑 모자를 구매하고 언니 차가 주차돼 있는 걸 확인하고 기다렸다가 언니가 딱 나올 때 여러차례 찔러서 살해했다”며 “언니를 협박했던 증거를 없애기 위해 휴대폰을 강남 한복판에 버리고, 자신의 휴대폰이 추적당할까봐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고 대중교통 타고 대구로 도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니가 피를 많이 흘렸는데 살인범한테도 피가 많이 튀었을 거 아니냐. 그런데 살인을 저지른 후에도 대도시를 활보하고 다닌 걸 보면 살인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옷도 미리 준비하지 않았나도 생각이 든다”고 의심했다.

B씨는 김병찬의 보복이 두렵다며 김병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한 내용이 담긴 청와대 청원 글에 동의를 해달라고 말했다. B씨는 “저희 언니가 스토킹 범죄에 노출돼 보호받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갔다. 저희 청원에 많은 도움 주시면 감사하겠다. 그게 저희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고 지금으로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인 것 같다”며 소리내 울었다.

김병찬은 지난 11개월 동안 A씨를 괴롭혀왔고, A씨는 김병찬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6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7일부터는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아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다. A씨는 7일 임시보호소를 거쳐 14일까지 지인의 집에서 살았다. 김병찬은 9일 A씨의 직장으로 찾아가기까지 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김병찬과 같이 있는 증거가 없다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김병찬은 지난 19일 오전 11시6분께 서울 중구에 있는 전 여자친구 A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A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29분과 11시33분 두 차례 긴급호출을 눌렀지만 경찰은 첫 번째 신고 접수 12분만인 11시41분께 A씨 집에 도착했다. 이미 참극이 벌어진 뒤였다.

경찰은 기술적 한계로 스마트워치의 위치와 A씨의 자택 사이에 오차가 있어서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경찰은 지난 22일 A씨가 김병찬에게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이 정교하지 못하고 철저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며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토킹범죄대응 개선TF’를 만들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엔 “신변보호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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