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사시 北미사일 기지 선제공격 능력 보유’ 본격 논의

도쿄/최은경 특파원 2021. 11.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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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국가안보전략 개정 착수… 평화헌법 수정까지 이어질 수도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상대국의 미사일 발사 거점 등을 자위 목적으로 선제 공격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일본의 중·장기적 외교·안보 정책 기본 방침을 규정한 국가안보전략(NSS)을 개정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기하겠다는 것이다. 주변 국가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북한을 선제 공격할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전쟁 포기를 명기한 평화헌법 개정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NSS를 내년 말까지 개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달 초부터 당·정 차원의 논의를 시작했다. 일본의 NSS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 때인 2013년 약 10년간의 외교·안보 정책 기본 방침을 구상하는 차원에서 작성됐는데, 이번이 첫 개정이다. 이와 함께 10년 단위의 방위 정책 방침을 보여주는 방위계획대강과 필요한 군장비를 검토하는 중기방위력 정비 계획 역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에서 이번 논의의 핵심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명기 여부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사실상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자민당과 전통적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한 연립 여당 공명당은 이달 초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3일엔 방위성이 기시 노부오 방위상을 의장으로 하는 ‘방위력 강화 가속 회의’를 처음으로 열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비롯한 일본의 미사일 대응력 강화 방안을 검토했다. 기시 방위상은 지난달 31일 실시된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둔 직후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한 억지력 강화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얻은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의 핵심은 이미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 징후가 보일 때 미사일 거점을 선제 공격해 파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헌법이 규정하는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어 차원에서 반격)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발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개헌에 긍정적인 의원들이 대거 당선된 만큼,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건 1956년이다. 당시 하토야마 이치로 총리는 “공격이 행해졌을 때 앉아서 자멸을 기다리는 게 자위권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밖의 적당한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적 기지 공격은 자위권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 기지 공격’ 자체는 전수방위를 규정한 평화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간 자민당은 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강조하지 않았다. 선제 공격에 사용하는 무기 구매도 자제해왔다.

최근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이는 지난해 사임한 아베 전 총리다. 당초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기로 했던 아베 내각이 지난해 6월 비용 부담과 지역 주민 반대 등의 문제로 이를 포기했는데, 그 대안으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노선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서 적 기지 공격의 위헌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개헌 논의도 적극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개헌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41석을 확보하며 제3당으로 급부상한 일본유신회도 적 기지 능력 보유에 적극적이다. 일본유신회는 총선 당시 “영역 내 억지 능력 구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며 적 기지 보유 능력을 비롯한 방위력 증대를 공약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이 공명당 대신 일본유신회와 손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많아지고 있다.

도쿄의 외교 전문가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는 일본의 선제 공격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장차 실질적인 군비 증강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평화헌법 개정보다 훨씬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전과 같은 적극적인 개입주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 미국 사이에서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방위력 증강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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