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위한 매립지 설계 변경' 신청에..오키나와현 지사 "무의미한 공사" 불승인

박은하 기자 2021. 11. 2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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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 “이전 입장엔 변화 없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 비행장의 현내 이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신청한 보강공사를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사진)가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후텐마 기지 이전을 둘러싼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마키 지사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완성 전망이 없는 사실상 무의미한 매립공사를 더 이상 계속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며 일본 정부가 신청한 설계변경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해안 매립공사를 중단하라는 의미이다.

앞서 방위성은 후텐마 기지의 이전 예정지인 오키나와 헤노코 해역에서 ‘마요네즈 지반’이라 불리는 연약한 지반이 발견되자 지반 보강공사를 위해 지난 4월 설계변경을 오키나와현에 신청했다. 설계변경이 승인되면 후텐마 비행장 이전에 최소 12년이 걸리고 전체 공사비는 9300억엔(약 9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 계획은 2013년 12월 일본 정부의 매립 신청을 당시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지사가 승인해 2018년 토사 투입이 시작됐다.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 지역에서 꾸준히 문제가 됐다. 1995년 주일미군이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지 반환 운동이 일었다. 미·일 정부는 1996년 후텐마 기지 이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내 헤노코 해안을 매립해 기지를 이전한다는 방안이 결정되면서 주민들이 반발해 미군기지 문제는 ‘후텐마 반환 약속’ 이후에도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반전 여론이 뿌리 깊은 오키나와 주민들은 후텐마 미군기지를 현 밖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군기지의 현내 이전을 전제로 하는 헤노코 매립공사에도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 2019년 2월 오키나와 현민 투표에서 헤노코 매립 반대 의견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매립공사로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과 미군은 오키나와섬에서 격전을 벌여 2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매립공사에 사용되는 오키나와 남부의 흙에서는 강제징용된 조선인과 중국인들을 포함한 민간인 전쟁 희생자들의 유해도 발굴된다. 이 때문에 매립공사를 진행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불거져 왔다.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현의 설계변경 불승인 결정에 신속하게 대항 조치를 취해 법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일·미 동맹의 억지력 유지와 후텐마 비행장의 위험성 제거를 생각하면 헤노코 이전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오키나와현의 불승인 이유를 정밀 조사하겠다면서 정부의 대항 조치에 대해서는 “정밀조사 후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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