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장가오리, 베이징 올림픽 유치 총괄이었다”

중국 유명 테니스 선수 펑솨이(왼쪽)와 전 부총리 장가오리. /EPA, AFP 연합뉴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에 깊이 관여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등에서 외교적 보이콧(참가 거부)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 전 부총리와의 관계를 폭로한 펑솨이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자 국제 테니스계는 펑씨의 실종설을 제기하며 성폭행 주장에 대한 조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자 지난 2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펑씨와 화상 통화를 했다고 발표했다. 성폭행 주장에 대한 언급은 없이 펑씨가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WSJ는 이날 “(펑솨이 사태에) IOC가 왜 나섰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흐 위원장이 장가오리 전 부총리와 2016년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영상통화가 추진된 과정에 대한 의혹이 나왔다”고 했다. 장 전 부총리는 부총리 재임 시절 2022년 동계올림픽 지원 업무를 이끌면서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IOC 인사들과 접촉했는데,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이번 펑솨이 의혹 해명 과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WSJ는 베이징올림픽 준비 과정에서의 장 전 부총리 역할과 관련, “2018년 부총리 은퇴 전까지 (장 전 부총리가) 올림픽 준비를 위해 경기장 건설부터 교통수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장 전 부총리는 톈진시 당서기를 거쳐 시진핑 집권 1기인 2012년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고 2013~2018년 부총리를 맡았다. 베이징이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2015년이다.

이에 대해 IOC 측은 “정부나 기업, 국제기구 등의 대표들처럼 IOC 대표도 정기적으로 상대 대표들과 만난다. 이것은 상식”이라며 바흐 위원장과 장가오리 당시 부총리의 만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게 없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