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혹독한 '성장통'..묵묵히 기다리는 '우리'
[경향신문]
입단 4년차, 우리은행의 핵심전력
대표팀 차출·부상 여파 부진의 늪
위성우 감독 “자신감 찾도록 응원”
박지현(21·우리은행·사진)은 소속 팀뿐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란 평가를 받는다. 2018~2019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된 뒤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30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36분44초를 뛰며 15.4득점·10.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입단 3년차의 신예가 작성한 ‘시즌 더블더블’. 지난 시즌 전체 WKBL 선수 가운데 시즌 더블더블을 올린 것은 박지현과 박지수(KB스타즈, 25.3점·15.2리바운드), 딱 둘뿐이었다.
그런 박지현이 올 시즌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도쿄 올림픽과 아시아컵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팀 훈련을 거의 못했고 돌아온 뒤에는 발등 부상을 당해 밸런스가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실전에서 쉬운 슛과 리바운드를 놓치고, 어이없는 턴오버를 하면서 자신감마저 잃고 있다. 올 시즌 팀이 치른 9경기 중 8경기에 나서 7.1점에 5.5리바운드를 걷어냈다. 지난 시즌의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수치다.
인사이드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리바운드를 따내는 역할을 도맡아 한 박지현이 부진하자 우리은행의 공격도 무뎌졌다. 상대 진영을 휘저으면서 얻어내는 자유투 개수도 크게 줄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5.4개(2위)의 자유투를 던졌지만 올 시즌엔 12.8개로 최하위다. 상대의 파울을 많이 끌어내면 득점뿐 아니라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부수 효과도 누린다는 점에서 자유투 감소는 선수들의 체력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지난 24일 BNK전에서는 모처럼 두 자릿수 득점(14점)을 올렸으나 완전하게 몸상태가 올라온 것은 아니다. 턴오버도 3개나 범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박지현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지난 시즌보다 좋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2쿼터 시작하자마자 양쪽 사이드에서 터뜨린 3점슛 두 방이 결정적인 득점이었다. 지현이가 흐름을 가져왔다”고 칭찬했다.
나름 분전했지만 박지현은 경기 후 눈물을 쏟았다. WKBL의 한 관계자는 “누구에게 혼나서가 아니라 자기가 플레이가 잘 안 되니까 속상해서 그런지 경기 끝나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위성우 감독은 “지금 지현이가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멘털도 흔들린다. 훈련보다 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내부에서도 지현이가 자신감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자고 했다. 본인은 오죽 힘들겠나…”라고 했다.
손대범 KBSN 해설위원은 “시즌 중반쯤 되고 경기를 거듭하면 나아질 것”이라며 “충분히 몸상태가 올라올 것이다.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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