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넘나드는 '실용 정치가'..메르켈 이어 '유럽 수장' 되나
[경향신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뒤를 잇게 될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SPD) 대표(63)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적인 기독민주당(CDU)과의 연립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지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침착하게 대응한 그는 메르켈 총리와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SPD는 선거 과정에서 그의 풍부한 내각 경험과 신중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침착함과 냉정한 판단이 강점이지만 유머 감각이 부족해 ‘숄츠로봇(Scholzomat)’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카멜레온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파와 우파를 넘나드는 실용적인 정치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비견되기도 한다. 고등학생 때 SPD에 입당한 숄츠는 한때 “불같은 성격의 젊은 사회주의자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는 공장 폐쇄로 위협받는 노동자들을 변호하는 노동 변호사로 10년을 보냈다. 이 때문에 숄츠는 의회에 처음 입성했을 당시에는 당내 좌파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많은 사안에 관해 당내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16년간의 메르켈 시대가 끝나면서 유럽연합(EU)의 리더 격이었던 독일의 역할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숄츠가 이전 정부의 행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EU를 강화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숄츠는 24일 “유럽의 주권은 우리 외교정책의 핵심”이라며 프랑스·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다만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긴장 고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 중국과의 대립 심화 등 지정학적 요인이 변수로 남아 있다. 러시아 문제에 관해 전통적으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SPD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노르트 스트림2’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펼친다면 독·러 양국 관계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토마스 클라인 브로호프 독일 마셜펀드 부의장은 “보다 매파적인 연정 파트너가 새 총리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숄츠는 12월6~9일 사이로 예상되는 연방하원에서 투표를 거쳐 메르켈 총리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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