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하던 흑인 쏴 죽인 백인 남성 3명 '유죄'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11. 2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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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튼하우스는 '무죄'였는데..백인 총기사건, 이번엔 판결 달랐다

[경향신문]

70여일간 뒷짐진 사법당국
동영상 SNS 공개되자 체포

미국에서 대낮에 조깅을 하던 25세 흑인 청년을 도둑으로 오인해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남성 3명이 살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조지아주 글린카운티 법원은 24일(현지시간) 아머드 아버리(사망 당시 25세)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그레고리 맥마이클(65)과 아들 트래비스(35), 이웃 윌리엄 브라이언(52) 등 3명에 대해 전원 유죄라고 평결했다. 이들에게는 최대 종신형이 내려질 수 있다.

아버리는 지난해 2월23일 낮 1시쯤 주택가에서 조깅을 하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전직 경찰인 백인 맥마이클은 아버리가 당시 주변에서 발생했던 절도 사건의 용의자라고 생각해 아들 트래비스와 함께 픽업 트럭을 타고 뒤쫓았다. 이웃인 브라이언 역시 차를 타고 맥마이클 부자의 뒤를 쫓으면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들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경찰 등 법집행 요원이 아닌 일반인도 체포영장 없이 용의자를 붙잡을 수 있도록 한 조지아주의 시민체포법에 따라 아버리를 체포하려고 했고, 아버리가 자신들을 공격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수사에서 아버리가 절도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글린카운티 사법당국은 맥마이클 부자 등 3명을 체포하지 않았다. 용의자가 전직 경찰인 데다 피해자가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브라이언이 촬영한 사건 당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측이 왜 동영상을 유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백주 대낮에 백인들이 픽업 트럭을 타고 비무장 상태의 흑인을 쫓다가 몸싸움을 하고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흑인이 피해자이고 백인이 용의자인 사건에 대한 공권력의 불공정한 대응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맥마이클 부자와 브라이언은 각각 사건 발생 74일과 88일 만에 체포됐다. 흑인에 대한 초법적 폭력과 살인에 면죄부를 부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시민체포법이 조지아주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도 미국 시민들을 경악시켰다. 결국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지난 5월 1863년 제정된 이 법의 주요 내용을 폐지했다.

이번 재판은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진행된 카일 리튼하우스의 재판과도 대비됐다. 올해 18세인 리튼하우스는 지난해 8월 위스콘신주에서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혔지만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버리 살인 사건 용의자 전원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흑인 인권운동가와 정치인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아버리 피살 사건은 이 나라에서 인종적 정의를 위한 싸움에 있어 얼마나 갈 길이 먼지를 보여주는 충격적 사례”라면서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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