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자유..장애인도 누려요"

김태희 기자 2021. 11. 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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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남시 전국 첫 교통약자 여행지원 ‘파스텔여행’
뇌병변 장애인 대상 시범운행…3 대 1 경쟁률도

경기 시흥시 오이도를 찾은 김근영씨가 지난 21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근영씨 제공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근영씨(44)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포기하다시피 했다.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가누기 어려운 김씨는 외부 활동을 할 때마다 휠체어를 밀어줄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행처럼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선 휠체어를 싣고 움직일 수 있는 특수차량이 동원돼야 한다. 이전에는 장애인지원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으며 가끔씩 여행을 다닐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특수차량 지원은 중단됐다.

지난 2년여 동안 집에서만 지내야 했던 그가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경기 하남시가 실시하는 교통약자 여행지원 사업인 ‘파스텔여행’ 덕분이다.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해 원하는 여행지에 갈 수 있도록 한 이 사업을 통해 김씨는 지난 21일 시흥시 오이도를 찾아 평소 좋아했던 바다를 구경했다.

김씨는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그간의 스트레스가 풀렸다”면서 “이런 사업이 더 많아져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처럼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남시는 김씨처럼 여행을 다니기 어려운 교통약자들을 위해 지난 21일부터 파스텔여행을 실시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기 하남시 파스텔여행의 첫 참가자인 김근영씨(가운데)와 김상호 하남시장(맨 오른쪽) 등이 21일 여행을 떠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남시 제공

파스텔여행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도록 개조한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해 교통약자가 여행지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그동안 병원진료 등 교통약자의 목적성 이동을 지원하는 사업들은 많았지만, 교통약자의 ‘여가 향유’를 위해 이동을 돕는 사업은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명칭인 ‘파스텔’ 역시 이런 의도를 반영해 만들어졌다. 파스텔톤이 갖는 따뜻함과 부드러운 느낌처럼 교통약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감성적인 위로를 주자는 뜻이 담겼다.

대상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24명 모집에 75명이 지원해 3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그만큼 여행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교통약자들이 많다는 게 하남시의 설명이다. 여행 대상자로 선정되면 해당 교통약자와 활동지원사를 태울 수 있는 특수차량이 전문 기사와 함께 제공된다.

비용도 저렴하다. 기본요금은 10㎞에 1500원이며 추가 5㎞마다 100원씩 이용료를 받는다. 김씨의 경우 하남시 덕풍동 집에서 오이도까지 왕복 120㎞에 대한 이용료 5000원을 지불했다.

이 사업은 하남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등록된 회원 중에서 뇌병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현재는 매주 일요일 3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당일 여행(오전 8시~오후 5시)만 가능하다.

여행 노선은 하남·광주·남양주·양평·시흥·서울 등 수도권 내 7곳이다. 하남시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상과 여행지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파스텔여행은 하남시가 생각하는 교통복지의 핵심가치를 담고 있다”면서 “단순한 이동편의 제공을 넘어 교통약자에 대한 권익을 향상할 수 있는 표준 모델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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