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난무한 민주당 '차별금지법' 토론회

김윤나영 기자 2021. 11. 25. 2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법안 부담에 찬반 동수 구성
사실상 입법 포기, 야당 탓만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에서 개최한 차별금지법(평등법) 토론회가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얼룩졌다. 대선을 앞두고 법안 통과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이 토론자를 찬반 동수로 구성해 토론회를 열면서 사실상 입법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찬성과 반대 토론자 5명씩을 초청해 마련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선 시작부터 동성애 혐오 발언이 나왔다. 반대 토론자인 이상원 새로남교회 목사는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강력하게 표현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고, 결국 성경은 금서가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토론자인 류현모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동성애는 강박적·중독적 성향을 가진 정신질환이고, 동성애자 중에 충동성, 폭력, 가학-피학증, 정신질환이 많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이 나빠진 원인은 성소수자의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차별과 낙인, 혐오 때문”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평등법 제정안을 발의한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모두발언에서 “평등법 개정은 시대적 과제이고, 혐오와 차별 금지의 원칙을 누구에게나 보장해야 한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권 의원이 그렇게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차별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성소수자를 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라는 반인권적인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어떤 입장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찬성과 반대 동수로 토론자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입법 지연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박완주 전 정책위의장은 “법안 처리에 대한 10만여명의 청원이 있어서 국회 심의에 들어가야 해서 국민의힘에 여야 공동 토론회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야당 법사위 간사에게 여야 동수로 법사위에 특별소위를 만들어 법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야당의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 법은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대로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중론을 펴면서 국회 내 차별금지법 논의는 지지부진해졌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청원 심사 기한을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2024년으로 미루면서 사실상 법 제정 포기를 시사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