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 닫은지 다섯달, 휴업 중인 식당에 '별' 준 미쉐린

양지호 기자 2021. 11. 25. 2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쉐린 휴업 알고도 별 수여 강행
"심사 중일 때는 영업했다"

“2022년 3월에 오픈 예정이고, 윤서울은 해외 일정으로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이 25일 ‘1스타’ 레스토랑이라고 발표한 식당에 전화를 걸자 녹음된 음성이 들려왔다. 올해 미쉐린 1스타 식당으로 선정된 서울 마포 서교동 한식 주점 ‘윤서울’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부터 내년 초까지 휴업에 들어가 있다. 요식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다고 알려진 미쉐린이 개점 휴업 상태인 식당에 영예의 별을 수여한 것이다. ‘문 닫은 식당을 추천하는 미쉐린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보다 나은 것이 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미쉐린 관계자는 ‘별’을 준 점포가 휴업 상태라는 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이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를 발표했다. 33개의 서울 소재 식당이 별 1~3개를 받았다. ‘윤서울’은 이날 별 1개를 처음 받으며 올해 처음 별을 받는 7개 식당 중 하나가 됐다. 일식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별을 받은 한식당이라 더 눈에 띄었다. 그런데 윤서울 셰프의 소감이 묘했다. 김도윤 셰프는 인스타그램에 “1스타를 받았네요 감사합니다 한국도 아닌 뉴욕에서 이 상을 받아서 더욱 꿈같네요”라고 말했다.

이날 윤서울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자, 내년 3월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는 메시지가 재생됐다. 미쉐린 관계자는 25일 오후 본지에 “지금 영업 안 하실리가 없는데”라고 했다. 윤서울이 휴업 중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얘기다. 해당 관계자는 이후 “평가팀과 확인한 결과 미쉐린은 윤서울이 휴업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올해 심사가 이뤄질 당시 업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니 별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쉐린 홍보 관계자는 “(휴업) 관련 내용 사이트에 공지도 곧 올라오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서울 셰프인 김도윤씨는 이날 미쉐린 발표 행사에 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김 셰프는 미국 뉴욕에서 식재료 연구 등을 위해 내년초까지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식당은 지난 7월부터 김 셰프가 식재료 연구 등을 이유로 문을 닫고 휴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미쉐린은 2021년 하반기 내내 문을 닫았고, 내년 3월까지는 다시 문을 열 예정이 없는 식당에 별을 준 것이다.

윤서울은 휴업 전까지 1인당 5만8000원을 내고 한식 코스요리를 먹으며 전통주를 곁들이는 한식 주점이었다. 특히 셰프가 첨가제를 넣지 않은 면을 직접 뽑아 조리하고, 반건조 생선을 손수 만들어 대접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미쉐린이 휴업 중인 식당에 별을 준 것도, 휴업 중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미쉐린이 아무리 권위가 있다한들 ‘식당 가이드’에 불과한데, 영업하지 않는 식당을 추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25일 미쉐린 1스타를 받은 한식당 '윤서울'에 대한 미쉐린 홈페이지의 소개. 이 식당은 지난 7월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휴업 사실을 알리는 문구는 없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미쉐린은 1926년부터 별을 주는 방식의 평가서를 발행했다. 요식업계에서 미쉐린 ‘별’은 영예의 상징으로 통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서울편은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휴업 중인 식당에 별을 준 적은 서울 편 발행 이후 처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쉐린은 ‘심사 기간에는 영업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심사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였는지는 “알릴 수 없다”고 했다.

미쉐린은 2016년 서울 편을 발행한 이후 거듭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관광공사 등 정부로부터 광고비 20억원 가량을 받았음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2019년에는 한 한식당 대표가 미쉐린이 돈을 받고 별을 달아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쉐린은 “잊지 못할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가이드 발행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