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원숭이 비웃는 분들, 한번 읽어보시라
행동경제학으로 본 프레이밍 효과
원숭이 기르는 사람이 그동안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4개, 저녁에 4개씩 모두 8개 주고 있었는데, 하나를 줄이려 했다.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래서 앞으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씩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만족했다.
우리는 이 유명한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성어를 듣고 원숭이를 비웃는다. 원숭이는 어리석어서 아침 3개, 저녁 4개가 아침 4개, 저녁 3개와 같다는 것을 모르지만, 우리 인간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마트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식으로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자. A: 과자 100개가 포장된 큰 상품을 사면 똑같은 상품 하나를 더 준다(1+1). B: 과자 100개가 포장된 큰 상품을 사면 과자 50개가 포장된 작은 상품 2개를 준다(1+2). C: 과자 50개가 포장된 상품 2개를 사면 과자 100개가 포장된 큰 상품 1개를 준다.(2+1) D: 과자 50개가 포장된 상품 2개를 사면 똑같은 상품 2개를 더 준다(2+2).
이 네 가지 프로모션은 방식이 다 다르지만, 결국 모두 과자 200개를 주는 것이다. 이 과자들의 가격이 모두 똑같다고 하자. 그러면 소비자들은 과자 200개를 주는 이 네 가지 방식에 똑같이 반응할까?
윤세정 외 연구팀이 네 가지 프로모션의 효과를 살펴보았다.(소비자학 연구 2021년 2월)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큰 상품 1개를 사면 작은 상품 2개를 더 주는 1+2 방식이었다. 하나를 사면 두 개를 더 준다고 하니, 소비자들은 이 프로모션에서 구매 의도가 높아졌다. 1+1과 2+2는 별 차이가 없었다. 2개를 사면 1개를 더 주는 2+1 방식은 구매 의도는 1+1, 2+2와 비슷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프로모션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
결국 과자를 모두 200개 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1+2 방식으로 줄 때 사람들은 가장 좋아했다. 결과는 똑같더라도 어떤 식으로 주느냐에 따라 사람들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런 행태를 행동경제학에서 ‘프레이밍 효과’라고 부른다. 실질 내용은 같아도 어떻게 포장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 실험뿐 아니라 다양한 실험을 통해 프레이밍 효과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원래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야기한다.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행동경제학 주창자들은 모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들 눈에는 인간이 조삼모사의 원숭이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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