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현대미술이 우려한 바다 오염..'그 후, 그 뒤'

최재훈 2021. 11. 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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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미술관 벽면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화석들.

자세히 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해양 폐기물들입니다.

풍화작용으로 본래 형태와 용도를 잃어 버리고 마치 화석처럼 자연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자연 생물은, 사람이 만든 인공 폐기물과 함께 살아가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냅니다.

5년 전 작가는 이런 물음에서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먼 미래에 ‘지금’을 채굴한다면 플라스틱이 인류의 화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장한나/뉴락(New Rock) 표본 2017-2021 작가 : "플라스틱이 생물들이 살고 있는 생태공간이 되기도 하고, 플라스틱이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정말로 돌처럼 변하기도 하거든요. 인공과 자연이 완전히 하나처럼 섞이는 일이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죠."]

독일 극단 리미니 프로토콜이 부산 아쿠아리움의 협조를 받아 만든 연극형 설치 작품입니다.

살아 있는 해파리가 무대 위 배우가 되고, 관객은 헤드폰을 쓰고 설명을 듣습니다.

그러다 관객에게 던져지는 질문.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 한다면 자기 재생능력을 가진 해파리와 자의식을 가진 인간 중 누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까?

[김소슬/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저희는 좀 더 부산 그리고 바다에 포커스를 두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해양 산성화라든지 아니면 미세플라스틱이라든지 그런 사회문제가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좀 더 체감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6개의 대형 스크린에 60여 분 동안 펼쳐지는 인간과 지구에 관한 이야기.

인간이 태어나고 일하고 즐기고, 그러면서 지구에 남긴 파괴의 흔적들.

가나 출신 존 아캄프라 작가가 알래스카와 마르키즈제도, 그린란드 등 10개국에서 수백 시간 촬영한 영상입니다.

제목 '보라'는 가나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색.

인간과 지구의 죽음을 담은 영상 위로 작가는 이렇게 묻습니다.

'오 지구여~ 그대는 무엇을 목격하였는가?'

부산 현대미술관이 기획한 '그 후, 그 뒤'.

이 전시회는 기후 위기와 해양 생태계 파괴가 지금처럼 지속한다면 가까운 미래인 그 날, 그 후에 인류에게 미래가 있느냐를 반성적인 시나리오로 접근합니다.

이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다소 무겁고, 또 불편하기도 하지만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징후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또 몰입감도 있습니다.

부산 기장과 오륙도 부근 수리솔 섬 해저에 자리 잡은 ‘수리솔 수중 연구소’.

가상현실 기기를 쓰면 다시마로 연료를 만드는 AI연구원을 만나는 미니시리즈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대체 에너지원으로 기대했던 다시마에서도 독소가 나오고 바다 밑에선 탄소지중암까지 발견됩니다.

우린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이들 작품이 던지는 해양환경과 인류 미래에 관한 불편한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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