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저 모습을 봤더라면.." 전두환씨 빈소 옆 상주의 하소연
[경향신문]
“보수단체 회원들 고함지르고 충돌
빈소 앞 소란에 가족들 힘들어 해”
“아버지가 저 모습을 봤으면 생각이 달라졌을까….”
25일 서울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빈소 옆 빈소. 고인이 된 아버지를 모시고 있던 박모씨는 전씨 빈소 주변에서 소란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박씨 아버지의 빈소는 전날 마련됐다. 박씨 아버지는 전씨보다 1년 뒤인 193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향년 89세.
박씨 아버지는 평소 지인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치 이슈와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박씨는 “(아버지는) 보수 진영에서도 더 오른쪽이던 분이라 평소에 내가 ‘카카오톡에서 주고받는 정보는 허위’라고 하면서 말다툼도 하곤 했다”면서 “아버지가 자신의 빈소 옆 전씨의 빈소를 찾은 사람들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걸 봤다면 생각이 달라졌을까”라고 말했다.
박씨는 “어제부터 전씨 빈소 앞 소란 때문에 슬픔에 잠긴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우리공화당 당원 100여명이 장례식장에 몰려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이날 오전 7시에는 전씨 빈소와 박씨 아버지 빈소 사이에서 보수단체 회원이 휴대용 스피커를 들고 와 노래를 크게 틀기도 했다고 한다. 박씨는 “노래 트는 걸 자제해달라고 했더니 얘길 안 듣고 통기타 노래에서 불교 음악으로 바꿔 틀더라”고 했다. 오후 5시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이 전씨 빈소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전씨 빈소 안에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화환을 주먹으로 치며 “이 자식 빨갱이”라고 했다. 보수단체인 구국총연맹 회원들은 빈소 앞에서 ‘전두환 대통령 각하를 국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박씨 가족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측에 민원을 넣었다. 장례식장 측은 “통제가 안 된다. 빈소를 옮겨드리겠다”고 했지만 박씨는 여러모로 번거로운 일이라 사양했다고 한다.
손구민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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