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병상 더는 못 구한다".. '병상 절벽' 부른 방역당국의 대응 실패

박소영 2021. 11. 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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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코로나 사망자 552명 ..월간 사망자 최다
25일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의 이동형 음압병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처음으로 600명 선을 넘어섰다. 방역당국은 공개적으로 '더 이상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모두의 기대 속에 지난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한 지 25일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 폭증세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한 방역당국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612명으로 전날보다 26명이 늘어났다. 사망자도 39명으로, 지난 3차 대유행 당시 요양병원·시설을 중심으로 하루 40명의 사망자가 쏟아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월별 사망자로 따져도 3차 대유행 중이던 지난 1월 사망자가 520명이었는데, 이번 11월은 이미 552명을 기록했다. 월별 사망자 최다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수도권은 83.9%, 전국은 71.5%에 달했다. 감염병전담병원 가동률 또한 수도권은 75.5%, 전국은 67.4%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상이 나길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는 940명으로 1,000명 선에 육박하고 있다.


방역당국 "이제 중환자실 더 못 구한다"

대응방법은 어떻게든 병상을 빨리 늘리는 방법뿐이지만, 방역당국은 이날 이제 더 이상 중환자 병상을 늘리기 어렵다고 선언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그간 행정명령으로 전국에서 추가로 확보한 중환자실이 1,135개가 있는데 이는 중환자 전문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체계 최대치까지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중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 중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목표인데 여기서 더 병상을 늘리면 기존 의료자원을 잠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이제부터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하나 더 마련하려면, 다른 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기존 중환자 병상을 하나 더 빼앗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건 단순히 물리적 병상의 문제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자원의 분배 문제이기도 하다. 굉장히 위험한 문제에 빠져들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는 확진자 수가 2,000명대에서 4,000명 선으로 뛰어오른 데다, 지난 17일 위중증 환자 수가 522명으로 500명 선을 넘은 데 이어 계속 불어난 데 따른 것이다.

25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위중증 폭증? 이미 충분히 경고했다"

방역당국은 이를 두고 '예상외의 위중증 환자 폭증세 때문'이라 설명했다. 확진자 수는 이 정도 불어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 확진자들이 위중증 환자로 전환되는 비율이 지금처럼 높을지 몰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위중증 환자 급증과 그에 따른 병상 고갈은 이미 충분히 경고됐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위중증으로 진행되는 '위중증 이완율'을 따져보면, 지난달 중순 1.5%까지 떨어지면서 위드 코로나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하지만 지난달 말 이미 이 수치가 2.5% 가까이 올라가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욕심에 방역당국이 이를 무시했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백신 맞았으니 위중증 이완율이 1% 아래로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막연한 희망으로 이 수치를 무시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점도 실책으로 지적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백신 면역 효과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부스터샷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계속 강조했다"며 "그런데 방역당국은 ‘전 국민 70% 접종 완료’에만 취해 ‘위드 코로나’로 곧바로 가 버렸다”고 비판했다.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북병원 주차장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실 앞으로 구급차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방역당국 "1차 대유행 때 사용한 모듈음압병상 사용 검토 중"

병상 확보가 더 이상 어려운 '병상 절벽'에 부딪힌 방역당국은 우선 '병상 효율화'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수도권 중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이송하거나, 상태가 호전된 중환자를 다른 병실로 옮겨 중환자 병상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것이다.

또 '모듈러 병상' 마련도 추진 중이다. 이창준 중수본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지난해 대구 경북 1차 대유행 당시 문경생활치료센터에서 모듈음압병상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서울대병원이 이번에 또 모듈러 병상 운영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안도 한 템포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듈러 병상 설치, 의료진 확보 등을 하다 보면 이 또한 2~3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엄혹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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