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82달러 넘는데, '에너지 독립' 자신하던 美셰일석유 어디 갔을까
브렌트산(産) 원유가 배렬당 82달러를 웃돌자,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비축유(SPR‧전체 6억 배럴) 6000만 배럴을 내년 4월까지 방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수개월에 걸쳐 방출하는 5000만 배럴은 전세계 1일 원유 소비량 1억 배럴의 절반에 불과하고, SPR 방출은 이미 유가 형성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1일 40만 배럴 증산을 요청하는 등 시장에 원유를 쏟아 붓기에 정신이 없다. 지난 13일까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화석연료’의 점진적 퇴출을 강조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은 탱크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이 ‘에너지 독립’을 자신했던, 그 막대한 셰일 석유(shale oil)은 도대체 어디 간 것일까. 미국의 셰일 석유 매장량은 무려 3조7000억 배럴로 추정된다. 물론 채굴 가능한 셰일석유는 그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 셰일 석유는 미국이 중동에서 전략적으로 발을 뺄 수 있다는 ‘근거’가 됐다. 그동안 셰일석유의 생산 단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높은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 유가가 80달러를 넘으니 그야말로 “셰일 붐’을 맞은 것 아닌가.
실제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국 셰일석유 생산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붐을 맞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 셰일석유의 본산인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의 생산량은 11월에 일일 생산량 504만 배럴로, 2015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7개 주요 셰일 유전지역의 생산량 증가는 백악관 기대치에 못 미친다. 바이든 행정부는 셰일석유 증산을 요구하지만, 새로운 유정 개발을 위한 시추기(drilling rig)의 추가 설치 건수는 최근 2개월 간 23곳에 불과하다. 셰일 유정의 생산 기간은 5년에 불과해 계속 유정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 내 시추기가 설치된 곳은 467곳이다. 백악관의 독촉에도, 셰일 업계는 서서히 반응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미국 셰일석유 생산업계는 2010년 이래 계속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쌓였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한 전세계 경기 침체와 사우디‧러시아간 증산 경쟁으로 배럴당 35달러로 유가가 떨어졌을 때에, 미국 셰일석유업체의 3분의1이 파산 신청을 했다. 유정 개발을 위한 시추기 운영도 삭감했다. 미국 셰일 석유‧가스업계는 2010년 이래 342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작년 7월 팬데믹 와중에는, 모두 230여개 미국 셰일석유‧가스업체들이 모두 1520억 달러의 빚을 지고 파산신청을 했다.
그리고 이제 셰일석유 업체와 투자가들은 유가가 폭등하자, 생산 능력을 늘리기 보다는 오랜만에 만져보는 현금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딜로이트 사에 따르면, “미국 셰일석유 업계는 셰일 혁명 사상 처음으로 막대한 돈을 쥐게 됐고,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오일프라이스닷컴과 로이터 통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셰일석유업계의 재투자율은 46%로, 작년 같은 기간(53%)에도 못 미친다. 재투자율은 영업활동에 따른 잉여현금흐름(CFO)에서 자본지출(capex)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미국 셰일석유업계가 과열됐을 때 재투자율은 130%까지 치솟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식 배당, 자사주 매입, 빚 상환 용도로 이익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셰일석유생산업체들이 유가 안정보다는 자기들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고 비난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셰일업자들은 바이든을 원유 부족에서 구하기보다는 돈 벌기에 바쁘다”고 전했다. 셰일석유업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연료 퇴출을 외치고 유정 발굴을 위한 토지 사용 허가도 잘 안 내줘 자금 마련하기도 힘들었는데, 이제 와서 누구 탓을 하느냐”고 반발한다.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에서 셰일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블룸버그 통신은 내년 미국 석유 생산량은 일일 1190만 배럴로, 2년전 최고였던 1297만 배럴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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