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보다 치솟는 물가잡기 방점.. 내년초 추가 인상 예고
2021년 물가상승률 2.3%로 올려 잡아
우리나라 포함 전세계 고유가 신음
한은 "2022년까지 상황 지속" 경고음
원자재값 급등·공급망 병목현상 겹쳐
일반인 인플레이션 공포감도 커져
이주열 "긴축 아닌 금리 정상화" 강조
25일 금통위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과 관련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도 주상영 금통위원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보다는 금리 인상론에 더 큰 무게가 실렸다. 금통위가 지난 8월에 이어 3개월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나아가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까지 시사한 판단의 근거는 2개의 경제 전망 수치로 요약된다. 하나는 물가상승률,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률이다.
◆경제 순항 중… 물가는 불안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이 2개 수치를 발표했는데, 경제성장률은 변동이 없었다. 한은은 8월 예상과 마찬가지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당초와 마찬가지로 3%로 전망됐다. 각국의 코로나19 확진 상황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3분기 중 회복흐름이 다소 주춤했지만, 4분기 들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경제 활동도 점차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등 중국 내수 산업의 문제가 클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자 수출품인 반도체 공급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제는 물가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물가가 고유가의 영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개월 전 예상치보다 0.3%포인트 높은 2.3%로 올려 잡았고, 내년 물가 상승률은 1.5%에서 2.0%로 0.5%포인트 크게 높였다. 한은은 8월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물가 상승의 제1 요인으로는 유가가 꼽힌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상승했고, 미국 등 주요국들이 비축유를 풀겠다고 밝혔음에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총재가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린 게 긴축이 이나라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일부 소비 제약 효과가 우려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민간 소비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 경제를 지탱할 것이란 게 한은의 예상이다. 이 총재는 “실질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중립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가 발발했을 때 그 당시 예상된 경기 침체와 충격에 대응해서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것”이라며 “위기에 대응했던 조치를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거기에 맞춰서 정상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금리 인상을 미적거리기 어렵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미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린 상황이어서, 기준 금리를 올리되 가계 부채 리스크를 줄일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형준·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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