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가 5년만에 총파업 나선 이유는?

2021. 11. 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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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과적 등 줄인 안전운임제, 내년이면 일몰 폐기.."국회에서 연장 논의 시작해야"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화물연대가 25일 0시부터 27일까지 3일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노동자 총파업은 2016년 이후 5년만이다. 이들의 주 요구로는 2022년 말 폐기가 예정된 안전운임의 전면 시행이 지목된다.

화물연대는 이날 의왕ICD 1기지 교통섬, 부산신항 사거리 등 전국 14개 지역거점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 전품목 확대, 운임 인상, 산재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쟁취 등 6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확대를 통해 화물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 위험운행을 근절해 도로의 안전,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며 안전운임 전면 시행을  특히 강조했다.

앞서 지난 10월 화물연대 지도부가 전국을 순회하며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발표할 당시에도 가장 앞에 세운 요구는 '안전운임 확대'였다. 당시 화물연대는 "비용 절감을 내세우는 자본이 화물노동자와 도로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안전운임 사수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5년만에 화물노동자 총파업을 불러온 안전운임의 제도 내용과 효과, 현재 논의 진행 상황과 전망을 살폈다.

▲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부산본부가 2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삼거리에서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운임 도입 2년, 과속·과적·졸음 운전 모두 감소

'안전운임'은 '화주와 운수사업자가 운송 거리와 화물 무게에 따라 화물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저운임'이다. 화물노동자의 낮은 운임이 졸음, 과속, 과적, 장시간 등 위험 운전 행위를 유발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다음해의 안전운임은 매해 국토교통부장관 산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아래 안전운임위)가 정한다. 안전운임위는 화물차주(화물노동자), 운수사업자, 화주 각각을 대표하는 위원 3명과 국토부가 추천하는 공익대표위원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제도의 내용과 결정방식이 최저임금과 유사해 안전운임은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안전운임은 2018년 4월 화물자동차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 분야에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2020년 처음 시행됐고, 법 개정이 없다면 내년 말로 일몰 폐기된다.

그렇다면, 지난 2년 안전운임은 그 이름에 걸맞게 화물노동자의 위험운전을 줄였을까.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안전운임 시행 전인 2020년 1월부터 시행 후인 올해 7월까지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화물노동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적 연구를 보면, 해당 기간 화물노동자의 과속, 과적, 졸음, 장시간 운전이 모두 줄었다.

구체적으로는 과속운전 경험 비율은 32.7%에서 19.9%로 12.8%p, 과적운전 경험 비율은 24.3%에서 9.3%로 15%p 줄었다. 졸음운전 경험 비율은 71.8%에서 53.5%로 18.3%p 감소했다. 휴식 없는 연속 운행 시간도 4.51시간에서 3.64시간으로 짧아졌다.

▲ 안전운임 제도 시행에 따른 과속, 과, 졸음운전 경험 추이 ⓒ한국안전운임연구단

화물연대 "안전운임 일몰제 폐기 국회 논의 시급하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의 제도 취지와 안전운임연구단의 연구 등에 근거해 "안전운임은 화물노동자의 생존권과 도로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가 내년 말 일몰을 앞둔 안전운임의 전면 시행 논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는 안전운임 일몰제 기한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아 지난 1월 발의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논의의 바탕으로 삼으려 했던 국토교통부 연구용역 보고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발표가 연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보고서의 발표는 원래 올해 10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박 국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2023년에 시행될 안전운임 논의를 안정적으로 진행하려면, 내년 3월에는 안전운임위가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내년 초까지는 안전운임 일몰제 조항이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안전운임은 큰 이해가 걸린 쟁점사안이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 일몰제를 폐기하려면 올해 남은 국회 일정 중에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국회도, 국토부도 기다리라는 말뿐"이라며 "더 이상은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 이후에도 안전운임 일몰제 폐기를 위한 국회 논의에 진전이 없다면 불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박 국장은 "국회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기 법안이 논의되고 국토부도 안전운임 시행 효과를 발표한다면, 화물연대도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안전운임 등 요구안 관련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계속 논의가 연기된다면 전면 무기한 파업까지 고려하고 이후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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